20원이었던 코인가격, 5개월만에 2전짜리로 전락
싸이월드 재기 기대했지만 '먹튀' 오명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금보령 기자] 2000년대 초반 미니홈피 열풍을 일으켰던 싸이월드가 결국 문을 닫으면서 올초 발행했던 싸이월드의 가상통화(코인) '클링'도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싸이월드의 홈페이지 도메인이 11월12일 이후 만료돼 사실상 폐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보상형 블록체인' 형태로 만들어졌던 클링 역시 거래가치를 잃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 재기의 발판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클링은 상장 당시 코인당 20원에서 2전짜리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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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200만명의 회원을 보유, 국내 1세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끌었던 싸이월드가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싸이월드가 발행한 코인 '클링'도 가상통화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될 전망이다.
클링이 상장된 가상통화거래소 '코인제스트'와 '비트소닉' 등은 싸이월드의 홈페이지 운영 중단, 직원 임금체불 논란 등의 이슈 등으로 클링의 상장폐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가상통화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상장이나 상장폐지 기준 및 절차가 체계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데다가 거래소별로 제각각이다. 그러나 기존 상장폐지된 코인들의 기준을 보면 '시장성 부족' '중대한 법령 위반' '투자자 보호 미흡' 등의 사유가 있었다.
코인제스트 관계자는 "거래량이 부족할 때나 코인 재단의 요청이 있을 경우, 법적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 상장폐지가 진행된다"면서 "클링은 싸이월드가 사실상 폐쇄를 앞두고 있고, 직원들의 임금체불로 법적다툼을 벌이는 등 일련의 이슈들이 있어 상장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추진되는 사업이 없다면 유령 암호화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검토 후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링은 올초 싸이월드가 차세대 보상형 블록체인으로 내세운 가상통화다. 사용자가 싸이월드에서 활동하면서 '코코넛'을 모으면 이를 클링으로 교환할 수 있으며, 취득한 클링은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시킬 수 있는 구조로 이뤄진다. 전제완 전 프리챌 창업주가 2016년 싸이월드를 인수한 이후 '싸이월드 3.0' 재기를 꿈꾸며 야심차게 시도했던 사업 중 하나로, 지난해까지만해도 싸이월드 재기의 발판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상장 당시 1CKCT당 20원이었던 코인은 현재 1원 밑으로 고꾸라졌다. 싸이월드 홈페이지 접속이 불안정하게 된 이달부터 시세가 급격히 하락한 탓이다.
코인제스트에서는 지난 1월11일 공식 토큰세일(IEO, Initial Exchange Offering)을 실시, 당초 예정된 5000만개 물량 중 2400만개가 거래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4억8000만원 규모다. 정식 상장은 5월23일 이뤄졌으며 상장 직후 1CKCT당 26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이후 직원 임금체불 등 경영난 이슈가 불거지며 가격이 급락했다. 9월말부터 0.93원으로 떨어졌으며 14일 기준 0.72원에 거래됐다.
비트소닉에서의 가격은 더 처참하다. 이날 1CKCT당 0.00000002BTC에 거래되고 있는데, 0.00000002BTC가 원화 환산시 0.19원임을 상기할 때 2전도 안된다는 얘기다.
비트소닉 관계자는 "일단 클링 프로젝트 측에서 해당 이슈를 곧 해결하겠다고 해 일주일정도 지켜보고 상폐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조치로 공지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클링 코인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해 공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싸이월드'라는 명성을 신뢰하고 코인투자에 나선 클링 투자자들은 집단 소송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싸이월드 측이 클링 소개 및 투자유치를 위해 만들었던 '싸이월드 클링 홈페이지'도 현재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라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한편 싸이월드는 2000년대 프리챌, 네이버 등을 제치고 업계 1위를 차지하며 인터넷 문화를 이끌었다. 전성기였던 2003년 SK그룹에 인수됐다가 2014년 분사, 이후 사용자 감소와 경영난 등을 겪다가 2016년 전제완 대표가 회사를 인수해 운영해왔다. 지난해 뉴스서비스 '뉴스큐'를 론칭했지만 실패했고, 직원 임금체불 등이 이슈로 어려움을 겪었다. 싸이월드 폐쇄 및 클링 상장폐지에 대한 전제완 대표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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