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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벤처협회장 ““2년 반 동안 된 게 뭐가 있나. 기업문제는 여야 따질 문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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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준 회장 일자리위원도 겸직

중앙일보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이 1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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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순수한 동기나 의지는 믿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뭐가 이뤄진 건 하나도 없다. 정부가 들어서고 2년 반 동안 된 게 뭐가 있나.” 기업 경영자는 늘 정부를 조심한다. 정부와 척지고 살아남기 녹록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처기업협회 회장인 안건준(54) 크루셜텍 대표는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다. 크루셜텍은 스마트폰 지문 인식 등 생체인식 솔루션 개발업체다.

1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크루셜텍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안 회장은 “현재는 우리 경제 생태계가 살아남느냐, 무너지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우리 협회와 협회장인 내가 나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벤처기업협회에는 1만4905개의 벤처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안 회장은 ‘현재는 명백한 위기’라고 규정했다. 국가 주도형 경제 생태계가 성장 한계를 맞이했지만, 일본이나 중국 같은 경쟁국은 빠른 속도로 진전을 이루고 있어서다. 그는 “우리가 열심히 안 한다는 게 아니다. 단, 우리가 시속 100㎞로 달리면 경쟁자는 시속 110㎞, 120㎞로 달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 사이 한국의 성장 기반은 부식되어 가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갈 길은 먼데, 규제와 법규 등은 한국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건비만 해도 그렇다. 그는 “세계 1위의 반도체 위탁 주문 생산기업(파운드리)인 TSMC를 보유한 대만의 체감 인건비는 과거 수년 전 우리나라의 70% 선이었는데, 이제는 우리가 그들의 두 배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회와 정부는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벤처기업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벤처기업법’과 ‘벤처투자촉진법’은 1년째 국회에서 낮잠이다. 안 회장은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법들이라 당연히 통과될 줄 알았는데 어이가 없다”며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회에서 할 일은 해야 하는데, 싸움만 하는 지금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는다고 했다. 그가 바라보는 대한민국은 ‘규모(인구)’와 ‘시스템’을 두루 갖춘 나라다. “우리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 이유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로 대변되는 강력한 산업기반도 강점이다. 그는 “‘제조업 강국’이라는 독일에도 없는 반도체 회사가 있고, 서울을 중심으로 차로 한 시간이면 닿을 거리에 산업 클러스터가 구축되어 있다”며 “이 정도 조건을 갖추고도 조금씩 뒤로 밀린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안 회장은 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아이이어도 내놓았다. 답은 ‘대기업 생태계(민간자본, 글로벌 시장)’와 ‘벤처 생태계(혁신역량, 스피드)’의 화학적 결합이다. 그는 “대기업의 힘은 일종의 필요악(惡)이라며 이 힘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데 무조건 대기업을 죄인으로만 볼 때가 아니라 이를 통해 벤처기업이 성장토록 해야 한다”고 했다. 대신 벤처-대기업 간 관계가 현재와 같은 ‘갑과 을’이 아닌 대등한 파트너가 되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 게 그가 생각하는 정부의 역할이다. 중소 벤처기업들 역시 자신을 약자로 규정하고, 일부 규제의 보호망 속에 안주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중도적 혁신주의자’라고 했다. 경제적으로는 분배를 중시하는 ‘진보주의자’라 평했다. 현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런 그가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덧붙였다. “기업 생태계 문제는 여야 따질 문제가 아니다. 경제가 활성화되고, 사람들이 먹고살기 좋다면 (현 정부) 지지율이 왜 낮아지겠나.”

판교=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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