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선수 '블리즈청'은 '하스스톤' 대회 중 홍콩 시위 지지 발언을 했다 (사진출처: 레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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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지난 7일(현지 기준) 진행된 ‘하스스톤’ 그랜드마스터즈 아시아태평양 3일차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대회에 출전한 홍콩 선수 ‘블리즈청(blitzchung)’이 인터뷰 중 ‘홍콩을 해방시켜라, 이는 우리 시대의 혁명(Liberate Hong Kong. Revolution of our age!)’라고 말했고, 인터뷰를 진행하던 캐스터들은 고개를 숙이고, 책상 뒤로 모습을 감췄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는 ‘블리즈청’이 ‘하스스톤’ 그랜드마스터즈 경기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히며 올해 10월 5일부터 1년 간 ‘하스스톤’ e스포츠 출전 정지에 이번 시즌 상금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터뷰를 진행한 대회 캐스터 2명과도 함께 일하지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관련 발언을 했던 경기 VOD도 제공하지 않고, 홍콩 선수 및 캐스터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공지에는 댓글도 막아놨다.
‘블리즈청’에 대해 블리자드가 위반했다고 밝힌 규정은 6.1로 ‘선수가 공공의 평판을 떨어뜨리거나, 공공의 일부 또는 단체를 불쾌하게 하거나, 블리자드 이미지가 손상되는 행동을 했을 경우 ‘그랜드마스터즈’에서 제외될 수 있으며, 상금 전액 몰수도 가능하다’라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블리자드는 ‘하스스톤’ 대회 현장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을 대중을 불쾌하게 하거나, 회사 이미지에 피해를 입히는 행위라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 블리즈청 및 중계진에 대한 블리자드의 징계 발표 (사진출처: '하스스톤'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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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지극히 부정적이다. 게임사 입장에서 대회와 관련 없는 정치적인 말을 한 선수를 징계할 수는 있지만, 그 수위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것이다. 작년에 개인방송에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행동을 했던 ‘오버워치 리그’ 필라델피아 퓨전 소속 ‘Eqo’ 조쉬 코로나는 3경기 출전 정지 및 벌금 2,000달러를 받은 바 있다.
인종차별적인 행동으로 논란을 일으킨 ‘오버워치 리그’ 선수는 3경기 정지와 벌금으로 끝났는데, 자기 나라에서 진행되는 시위를 지지한 홍콩 ‘하스스톤’ 선수는 1년 출장 정지에 상금도 몰수한다는 결정을 내린 블리자드에 대해 징계 수위가 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울러 VOD도 제공하지 않고, 결정에 대한 댓글도 막아둔 것은 이 이슈에 대한 게이머의 의견에 귀를 막겠다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아울러, 블리자드는 자사 대표작 ‘오버워치’에 성소수자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등장시키는 등, 소수의 입장을 지지하는 행동을 보여왔다. 이러한 블리자드가 중국으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며 시민들이 대대적으로 들고 일어난 홍콩 시위에 대해서는 중국에 편향된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 위선적이라 지적하고 있다.
특히 블리자드가 홍콩 선수를 징계한 후 열린 ‘하스스톤’ ‘대학생 리그 ‘하스스톤 대학 챔피언십’에 출전한 워싱턴 D.C 출신 대학생 3명이 생중계 중 ‘홍콩에 자유를, 블리자드 보이콧(Free Hongkong, Boycott BLIZZ)’이라고 적은 치어풀을 들자 방송을 중단시켰고, 홍콩 선수 제재에 대한 반대 의견이 올라오던 ‘하스스톤’ 서브 레딧도 폐쇄했다가 다시 열었다.
▲ 대학생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홍콩 지지'를 뜻하는 치어풀을 들기도 했다 (사진출처: 하스스톤 토너먼트 공식 유튜브 채널 생중계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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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오버워치’ 중국 출신 영웅 ‘메이’를 활용한 보이콧 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레딧에 ‘메이를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만들어 블리자드 게임이 중국에서 금지된다면 이보다 수치스러운 일이 없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고, 이 의견이 많은 지지를 얻으며 ‘메이’를 주인공으로 한 팬아트가 무수하게 올라왔다. 홍콩 시위를 대표하는 마스크를 쓰거나, 우산을 든 메이 그림을 공개하는 식이다.
▲ '오버워치' 중국 영웅 '메이'를 보이콧 마스코트로 쓰고 있다 (사진출처: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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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가 홍콩 선수를 제재한 것에 대한 논란은 게이머를 넘어 현지 게임업계, 그리고 미국 정치인까지 관련 이야기를 언급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부분은 블리자드 직원들도 회사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블리자드 본사 직원들은 회사를 대표하는 오크 동상 앞에 모여서 홍콩 시위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우산을 들며 시위했다. 처음에는 9명으로 시작됐으나 이후에는 30명까지 참가자 규모가 늘어났다.
▲ 우산을 쓰고 시위 중인 블리자드 직원들 (사진출처: 레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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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직원이 회사의 결정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며, 핵심 가치를 가려버린 사진도 올라왔다 (사진출처: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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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대표도 본인 트위터를 통해 ‘홍콩 지지 발언을 하는 인터뷰를 허용하겠느냐’고 물어본 질문에 답했다. 그는 ‘에픽게임즈는 정치와 인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포트나이트’ 선수와 크리에이터의 권리를 존중한다’라며 ‘에픽게임즈는 미국 회사이며 텐센트가 지분 40%를 갖고 있지만 직원, 투자자를 비롯한 다른 주주가 많이 있다. 내가 창립자이자, CEO이자, 지배주주(controlling shareholder)로 있는 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 팀 스위니 대표는 '포트나이트' 선수 및 크리에이터의 발언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사진출처: 팀 스위니 공식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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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 의원 역시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나. 중국에 살지 않는 사람조차 자기검열이나 해고, 출장 정지에 직면하고 있다’라며 ‘중국은 자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전세계적으로 자유 발언을 차단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그 영향은 현재 미국 정치권에 있는 모든 사람이 사라진 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홍콩에서 중국으로 범죄자 인도를 허용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에 시민들이 반발하며 시작된 ‘홍콩 시위’는 중국으로부터 벗어나고, 자유를 추구하는 시민들과 이를 과격하게 제압하는 홍콩 당국의 실상이 알려지며 중국과 홍콩을 넘어 전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와중 조명되는 것은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해 확대되는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다.
최근에는 미국 NBA 구단, 휴스턴 로게츠 단장이 트위터를 통해 ‘자유를 위해 싸우는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트윗을 남긴 후 중국 내에서 대대적인 불매 운동이 일자 홍콩 시위 지지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하스스톤’ 대회에서 촉발된 일련의 사태는 중국 자본을 무시할 수 없는 게임업계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만, 게임과 같은 문화 콘텐츠에서 자본에 회사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여론의 지탄을 피하기 힘들다.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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