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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이근면의 사람이야기]정년연장 더 과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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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미래를 준비하는 데에는 대담한 발상이 필요하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한 대책은 수없이 논의 됐지만 지금까지의 방법이 계속된다면 과연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기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혹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하더라도 너무 늦은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이데일리

정부가 2022년부터 ‘계속고용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기업에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기업이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등 다양한 고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사실상 정년연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 논의가 시작하기도 전에 수많은 문제와 논란, 안 되는 이유들이 난무한다. 시한폭탄은 째깍거리는데 말이다. 이 문제 또한 뒤늦은 대응으로 미봉책에 그친 저출산 대책과 같이 너무 늦었다.

대한민국은 지금 전 세계에 유례없는 급격한 인구구조의 대혼란 한가운데에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일할 기회와 일자리 안정은 틀림없이 시급한 사안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좌고우면 할 시간이 없다. 남은 골든타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제 논란보다 연착륙에 집중해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첫째는 고령인구의 일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에 대한 인정이다. 이들이 일을 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2025년에 도래할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 이상)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고령인구의 일자리 안정은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이다. 나이든 사람들은 근로와 사회활동을 통해 더 건강해질 수 있다. 이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국가 활력을 높이는 방법도 된다. 이들이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고령인구와 청년의 역할분담을 통한 미래 일자리의 확장적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일률적인 단순직무고용은 합리적이지도 않을뿐더러 국가적으로도 인재 활용의 낭비다.

인권 문제로 비화할 소지도 충분하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사회적 가치가 낮을 일자리로 이들을 몰아갈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0만명 증가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환호할 일은 아니다. 꽁초 줍기, 놀이터 지킴이, 교통안전 도우미…. 그야말로 ‘세금 알바(아르바이트)’에 지나지 않는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저 숙련 일자리에만 고령자를 고용해서는 안 된다. 숙련된 기능과 지식을 갖고 있으며, 일할 의지가 있는 이들은 생산적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유지해야 한다.

둘째는 사회적 비용의 손익에 대한 고려이다. 머지않은 2067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까이인 46.5%를 차지한다. 이는 곧 고령인구의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하는 기초연금 수급자도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국민연금도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률은 36.2%에 불과했지만 2040년에는 69.6%로 오를 전망이다. 이는 지금 노년층에 대한 각종 사회적 비용과 연금 재원을 부담하는 청년세대가 막상 나이가 들면 지금과 같은 사회적 부양의 토양과 능력이 없어져 미래가 불안해짐을 뜻한다.

연금 수급자는 늘어갈 전망이지만 30년 후에 경제 현장에서 일할 미래의 근로자는 줄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0’이 안 되는 유일한 나라이다. 일을 해서 돈 버는 사람은 줄고 그 돈으로 부양해야 하는 사람들은 늘어나니 젊은이들의 부담은 점점 커진다. 고령세대의 일자리는 젊은 세대들에게 ‘부양’이란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면서 급격하게 줄어드는 생산 가능 인구에 대한 대안이기도 하다. 또한 2057년이면 기금이 고갈된다는 국민연금 수급 시작 연령도 늦출 수 있어 청년세대의 권리를 조금이나마 보호 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각종 연금(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의 균형점을 찾고 재정적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효율적이고 수익을 중시하는 연금 운영 또한 국민의 권리로 재인식되어야 한다. 청년 세대 또한 연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연금수령 시작 연령 상향이나 보험료 인상은 어렵고 아픈 길 임에 틀림없지만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수는 없다.

셋째, 일자리를 막거나 없앨 때에는 신중하고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52시간 정책 시행으로 사라져가는 일자리이다. 일례로 ‘승용차 기사’란 일자리가 안정화·고급화되기는커녕 없어지고 있다. 직업특성상 52시간 근로시간을 지키려면 2명이 교대로 근무를 해야 하니 급여는 더 낮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 그 일자리는 없어진다. 주차 자동화로 인한 주차 관리원의 증발과는 다른 성격의 문제로 선택을 통해 충분히 방지 할 수 있는 요소다.

자동화와 효율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나 사람의 일자리와 연동해 생각해야 한다. 일자리는 곧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 총비용의 풍선효과까지를 고려해 복합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항상 선의의 의도가 선의의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의 경우, 수납원 등의 직종에 고령자를 고용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일자리를 자동화하지 않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함께 행복한” 시도는 구호로 그칠 일이 아니다.

넷째, 시대의 패러다임 시프트(체계의 대전환)에 대비해야 한다. 세대별 일자리의 지향점과 전 국민 변화 준비 교육이다.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은 ‘일자리의 세대별 역할에 대한 인식’의 조화이다. 인공지능(AI)과 4차 산업으로 대변되는 시대에 대한 대응과 준비의 하나로 청년 세대를 ‘혁신 인력군’으로 교육 및 양성해야 한다. 기존 세대는 달라진 여건에서도 생존해 나갈 수 있는 일자리 적응과 전환교육(새로운 일의 영역)이 필요하다. 이러한 트랜스포메이션 관점의 재교육 바람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다. 즉 국가적 과제로서 전 국민에 대한 패러다임 시프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정부는 사회 안전망적 일자리나 젊은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자리 지원이 아닌 국가경쟁력 향상과 개인과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자리 창조 정책으로 역량을 모아야 한다. 체계와 시스템 혁신 등 환경 조성에도 서둘러 착수해야 한다. 종신고용제에서 온 연봉급에서 직무·직능급으로의 변화를 통해 성과가 높아질 청년세대가 더 많은 보상을 받게 해야 한다. 일자리는 세계와의 경쟁력이 있을 때만이 존재한다. 그 기준은 세계적 평균적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 세계로 향하는 기업 활동이 우리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국가적 생산성과 경쟁력의 문제이다. 해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년연장,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청년 일자리 문제와 윤리적 사고도 필요하다. 오히려 조기 은퇴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세금은 결국 청년 세대의 몫으로 청구된다. 배주고 속 빌어먹기이고 조삼모사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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