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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글로벌 트렌드] 곧 생길것 같던 `가상현실 백화점`은 어디쯤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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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개최한 가상현실(VR) 개발자회의 `오큘러스 커넥트6`에 등장한 증강현실 활용 쇼핑 장면. 좌측 사진은 가상현실 내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골라보는 모습이며, 가운데는 자신의 집 내에 가구가 배치될 경우 어떤 모습을 띨지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오른쪽은 립스틱을 가상으로 칠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색깔을 골라보는 모습. [자료 제공 = 페이스북 오큘러스 행사장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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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AR)로 쇼핑하는 시대가 곧 온다.'

2010년 인터넷을 달궜던 기사 내용이다. 당시 모 의류회사가 증강현실을 이용해 옷을 가상으로 피팅해 볼 수 있는 앱을 개발해 내놓으면서 이 기술을 이용한 쇼핑이 곧 이뤄질 것처럼 모두가 기대에 부풀었다. 아이폰이 도입된 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AR를 이용한 쇼핑'은 곧 눈앞에 있는 현실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곧 온다'고 했던 게 벌써 10년 전이다. 시작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AR를 이용한 쇼핑은 어디쯤 왔는가.

현재 글로벌 IT 기업 중에서 가상현실(VR)과 AR 부문에 가장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기업은 단연 페이스북이다. 6년 전부터 '오큘러스 커넥트'라는 연례 VR 개발자 대회를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하면서 이 방면에 대한 인재를 모으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페이스북조차 아직 AR를 이용한 쇼핑에 본격적인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것이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개최한 연례 VR 개발자 대회 '오큘러스 커넥트 6' 콘퍼런스에서는 페이스북이 AR를 활용해 쇼핑몰에 가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고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장면을 시연했다. 페이스북에서 AR 플랫폼 '스파크 AR'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마크 핸슨은 이날 "스파크 AR가 곧 여러 가지 흥미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중 한 예시로 든 것이 쇼핑이었다. 그는 AR를 사용해 이용자가 선글라스를 써보는 것과 같은 체험을 하도록 하고, 제품을 경험해볼 수 있는 모습을 시연했다(사진 맨 왼쪽). 또, 립스틱과 같은 제품을 얼굴에 대고 직접 발라보는 것과 같은 AR 경험을 보여줬다. 어떤 립스틱 색상이 마음에 드는지 미리 소비자가 AR를 활용해 골라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사실 립스틱을 가상으로 발라보는 이 기능은 구글이나 아마존, 스냅챗과 같은 다른 소프트웨어도 이미 시연했거나, 상용화를 시작한 기술.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은 가구를 자신의 집에 가상으로 배치해 보고 얼마나 모양이 맞는지 가늠해볼 수 있게 하는 기술도 시연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10년 전부터 기대했던 것처럼, 백화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이 VR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과 같은, 'VR 백화점'이 실제로 펼쳐지기에는 이른 것 같다. 아마존, 구글뿐만 아니라 이케아, 월마트 등과 같은 전통적 오프라인 소매회사도 VR 쇼핑이 지금의 웹 기반 인터넷 쇼핑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보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5G가 현실화하면 '세상에서 가장 큰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아마존의 비전이 '세상에서 가장 큰 VR 쇼핑몰'이라는 비전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기대는 누구나 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VR 디바이스나 5G 인프라 등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다. 실리콘밸리에서 광학기기를 연구하는 한 엔지니어는 "VR 기능이 시현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며 "착용했을 때 불편함과 이질감이 없을 정도로 가벼운 무게를 어떻게 갖출 수 있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구글·엔비디아·아마존 등 실리콘밸리 IT 회사는 당분간 하드웨어 기술 개발과 대중화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들 회사는 최근 AR를 시연할 수 있는 스마트 글라스를 개발 중이다. 현재 VR나 AR 기기는 착용했을 때 무겁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이번 개발자 회의 '오큘러스 커넥트6'를 통해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과 협업해 AR 글라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오리온'이라는 암호명이 붙은 이 프로젝트는 스마트폰처럼 전화도 받고, 사진도 찍고, 소셜미디어에 이를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페이스북이 개발 중인 AR 플랫폼인 '스파크AR'를 탑재하면 구매하고 싶은 물건이 눈앞에 없어도 착용 또는 사용해볼 수 있는 경험이 바로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 글라스 역시 상용화된 것은 아니며 4~6년 안에 시장에 내놓는다는 게 목표다. CNBC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이 제품의 크기를 줄여서 사용자가 편안하게 느낄 만큼 발전시키려 했으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마존은 같은 날(25일)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에코프레임'이라는 자사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가 탑재된 제품을 출시했는데, 이 제품은 AR나 VR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있지 않았다. 구글은 올해 초 일반 소비자용이 아닌 산업용 구글 글라스 두 번째 버전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 역시 쇼핑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반 소비자용 제품은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당장 AR를 이용한 쇼핑 제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이를 받쳐줄 수 있는 혁신적 디바이스가 공급돼야 하나, 아직까지는 난항이 많다. 그렇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 언제나 그렇듯, 혁신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다가오므로. 무엇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인터넷 쇼핑몰'을 아마존·알리바바 등이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경험했던 입장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큰 VR 쇼핑몰'을 만드는 것쯤이야 매우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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