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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무리한 투자가 부메랑으로…사모펀드 설정액 증가속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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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운용, 6200억원 규모 펀드 환매 중단 결정

독일 DLF 원금손실 등 사모펀드 악재 잇따라

400조 사모펀드 시장 위축 우려에 당국 '고민'

"세컨더리 펀드 등 모험자본 고도화로 해결해야"

이데일리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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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사모 헤지펀드 수탁액 1위인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과 JB자산운용의 호주 부동산 투자 사모펀드 계약위반, 독일 부동산 사모 파생결합증권(DLS) 환매 연기,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등 최근 사모펀드에서 잇달아 문제가 발생하면서 사모펀드 성장세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손실 우려에 투자자들이 잇달아 환매에 나서 설정액 증가속도가 현저히 둔화했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에 비해 투자대상이나 전략상 제약이 덜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돈을 끌어모았지만 운용사들이 무리한 투자에 나서면서 오히려 이같은 장점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커진 몸집에 비해 리스크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모펀드 업계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그동안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해 관련 규제를 풀어왔던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커진 덩치에 비해 리스크 관리 못해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8일 사모채권이 주로 편입된 ‘플루토 FI D-1호(플루토)’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Mezzanine)이 주로 편입된 ‘테티스 2호(테티스)’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됐던 펀드들의 환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 ‘라임 Top2 밸런스 6M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274억원 규모 상환금 지급 연기에 이어 두 번째 환매 중단 사태다. 플루토와 테티스의 설정액은 약 1조1000억원이다. 이 중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펀드의 규모는 6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라임운용에 대한 고위험 CB에 투자하는 형태로 편법거래를 했다는 의혹 등이 불거지며 개방형 펀드 투자자를 중심으로 환매요청이 이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영향에 한 때 5조8000억원을 넘어섰던 라임운용의 설정액은 지난달부터 5조원 아래로 내려섰다. 8월부터 이달 7일까지 44영업일간 닷새를 제외하고 내리 자금유출을 보였다. 지난달 30일에는 하루동안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라임운용은 자산을 외부에 매각하거나 가지고 있었던 유동성으로 환매에 대응해왔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속도가 라임운용의 유동성 확보 속도를 넘어서게 되면서 환매 연기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라임운용 측 설명이다.

이에 앞서 우리·하나은행에서 집중적으로 판매됐던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에서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한데다, KB증권이 판매한 호주 부동산 사모펀드에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는 등 사모펀드에 대한 악재가 연달아 발생했다. 이는 사모펀드 성장세에 비해 리스크 관리가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모펀드는 금융당국이 지난 2015년 10월 등록요건을 완화하고 투자 문턱을 낮추는 등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이후 급성장했다. 2015년 말 200조원 수준이었던 설정액은 이달 395조원으로 97% 늘었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는 12% 성장한 데에 그쳐 사모펀드 설정액에 추월당했다.

사모펀드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과감하고 다양한 투자전략을 차용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담거나 무리한 투자에 나서면서 화를 자초했다. 라임자산운용의 경우에도 코스닥 상장사들의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적극 투자했지만 CB의 주식전환 가능 시기가 지난 7~8월 코스닥 급락한 시점과 겹치면서 전환도 여의치 않고 현금화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달 초 환매연기 결정을 내린 ‘라임 Top2’ 사모펀드 역시 펀드와 편입한 채권의 만기를 맞춰놓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호주 부동산 투자 펀드는 현지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뒤늦게 계약위반 사실을 발견했고,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S도 국채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는 와중에 무리하게 상품을 팔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공모펀드에 비해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모펀드의 장점이 되레 리스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가 편법투자 등 각종 의혹에 시달리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도에도 금이 갔다.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잇단 악재로 대규모 환매가 발생하는 이른바 ‘펀드런’ 사태가 나올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라임운용처럼 사모사채나 메자닌에 투자를 했던 운용사들의 전략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모펀드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사모펀드 설정액은 395조4181억원으로 전월 대비 약 3조5000억원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매달 평균 8조~9조원 이상 규모를 불려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독일 DLF와 라임운용 환매 연기 등의 관련 악재가 터지며 사모펀드를 향하던 일부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린 것이다.

◇ “향후 금융 소비자 위한 추가 대책 나올 것”

사모펀드 시장에서 잡음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자 금융당국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금융당국은 지금까지 모험자본 확대를 위해 사모펀드 진입 문턱을 낮춰오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었다. 사모펀드 권유자를 기존 49인에서 100인 이하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고, 최근에는 개인 전문투자자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는 등 산업의 활성화에 방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해왔다.

다만 투자자 피해가 가시화되면서 향후 금융소비자를 위한 추가 대책들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를 활성화하겠다고 각종 규제를 풀어준만큼 감독도 강화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감독의 실패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짚었다. 업계에서는 시장의 자정작용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사모펀드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는 세컨더리(secondary)펀드가 미미한 상황인데, 라임운용 등과 같은 상황에서 유동성을 확보해주면서 시장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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