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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Tech & BIZ] 영화제야? 스타트업 축제야?… 할리우드 스타들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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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40초 드립니다.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를 해보세요."

지난 2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19' 무대. 영화배우 윌 스미스 앞에 네 스타트업 대표가 섰다.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경영진에게 핵심만 브리핑하는 것처럼, 40초간 스미스에게 본인의 회사와 사업을 짧게 소개하는 기회가 주어진 것. 우승 상품은 '윌 스미스와 함께 사진 찍기'였다. 모든 발표가 끝난 뒤 스미스는 '소시오나도(Socionado)'라는 브랜드 관리 스타트업을 택했다. 고객사(社)의 사업·강점을 파악해 소셜미디어용 사진, 영상, 그래픽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브랜드 관리를 도와주는 업체다.

그는 "내가 (자체) 소셜미디어팀을 만든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며 "매우 중요한 일을 한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스타트업 대표와 셀카(selfie)를 찍고 "이 사진은 회사 홍보에 쓰고, 내가 1만달러(약 1200만원)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객석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윌 스미스는 이날 배우이자 작년 7월에 만든 벤처투자사 '드리머스VC (Dreamers VC)' 공동 설립자 자격으로 나왔다.

◇영화제 방불케 한 스타트업 행사장

스타들이 스타트업에 꽂혔다. 기술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스타트업에 직접 뛰어들거나 사재(私財)를 털어 투자하는 스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사흘간 열린 이 행사에도 윌 스미스를 비롯한 영화배우, 운동선수들이 행사장을 분주히 오갔다. 영화제인지, 스타트업 행사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날 무대에 오른 영화배우 조셉 고든 레빗은 "우리는 수익만 앞세우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떠나야 한다"는 날선 비판으로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2004년 콘텐츠 제작·유통사 '히트레코드(HitRecord)'를 설립한 기업가다. 자체적으로 영화·드라마도 만들고 여러 창작자가 각자의 예술 작품을 유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그는 "(유튜브가)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무료로 모아놓고, 정교하게 만든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의 이익이 아닌 제3의 광고주를 위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행사 마지막 날인 4일 '스타트업 배틀'에는 영화배우 애슈턴 커처가 심사위원으로 나왔다. 그는 우버, 에어비앤비, 스카이프 등 유명 벤처를 포함해 기업 100여 곳에 투자한 할리우드 대표 벤처 투자자다.

스타트업 전문 매체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커처는 지난 4월 금융 스타트업 어펌(Affirm)에 3억달러를 투자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개인 자격으로만 44건을 투자했고, 10차례 투자금을 회수했다. 지난 2013년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다룬 영화 '잡스'의 주연 배우로 나올 만큼 벤처 업계에 애정이 깊다. 커처는 이날 최종 우승팀으로 선정된 '렌더'에 "2년 뒤 당신 회사가 망한다면, 그 이유가 뭔지 미리 부고장(obituary)을 써보라"고 말했다.

◇유명인도, 스타트업도 윈윈

벤처 업계에서는 유명인의 스타트업 투자가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효과'가 있다고 본다. 대중적 인지도와 신뢰가 절실한 스타트업으로서는 유명인이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 톡톡한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유명인은 동업자인 벤처 투자 전문가의 도움으로 재테크를 하는 동시에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앞서가는 인물'이란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 과거 유명인에게 부동산 투자가 대세였다면 이제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가수 비욘세와 레이디 가가, 테니스 선수 세리나 윌리엄스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물들이 이미 벤처 투자에 뛰어들었다. 필리핀 출신의 권투 선수이자 정치인인 매니 파키아오는 벤처 투자를 넘어 자신의 이름을 딴 '팩(pac)'이란 가상 화폐까지 만들었다.

미 프로농구(NBA) 간판 스타로 지난해 'SC30'이란 투자사를 세운 스테픈 커리(31·농구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소속)는 테크크런치 무대에서 "스물한 살부터 지금까지 NBA에서(10년간) 뛰었는데 앞으로 6년 정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내 인생 전체로 보면 정말 짧은 기간인 만큼 나머지 삶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은 대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주식 상장(IPO)이 활발해 투자금 회수가 상대적으로 쉽다.

한국에서는 지난 3월 야구 선수 박찬호가 스타트업 투자·육성 전문 업체 스파크랩에 합류하며 벤처 투자자로 변신했다. 그 외 영화배우 배용준·이제훈, 축구 선수 이동국 등이 스타트업 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실리콘밸리=박순찬 특파원(ideac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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