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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밀착카메라] 산불에 태풍에…"피해 줄일 순 없었나" 주민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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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강타한 지 일주일째입니다. 강원 지역에는 1년 전 수해 반년 전 산불에 이어서 이번에 또 물난리가 난 곳들이 있습니다. 주민들은 "자연재해를 막을 순 없지만, 피해를 줄일 수는 있지 않겠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이곳은 강원도 강릉의 옥계면입니다.

제 옆으로 산이 보이는데요, 반은 텅 비어있고 그나마 있는 반도 나무가 시커멓게 타있습니다.

지난 4월에 산불이 나면서 다 타버린 것인데요.

그런데 이번에는 마을에 태풍이 덮쳤습니다.

제가 서있는 곳은 원래 논인데 지금은 이렇게 다 익은 벼가 쓰러져 있는 모습 정도만 확인을 할 수가 있습니다.

산불 베어뒀던 나무랑 그리고 쌓아뒀던 돌들이 비와 함께 쓸려내려오면서 이곳 논을 덮친 것입니다.

수확을 코앞에 두었던 주민들은 허탈하기만 합니다.

[주민 : 논에 가면 기가 막혀. 벼 수확할 때인데 수확 하나도 못 해. 너무 힘들어. 살맛도 안 난다.]

산불이 마을을 덮친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또다시 재해가 닥쳤습니다.

[주민 : (당시) 23집이 탔다니까 이 마을에. 컨테이너 같은 거 갖다 놓고 임시 주거지. 아직도 그러고 있고.]

다른 지역보다는 덜 한거라고 위로하면서도 산불이 난 이후 야산을 제대로 관리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냐고 말합니다.

[김영자/주민 : 나무가 없으니까 그런 것 같아. 이거 언제 복구해. 이런 건 처음이라니까 여태까지.]

인도 한가운데 이렇게 맨홀 뚜껑이 열려있습니다.

안에는 흙이랑 나뭇가지가 가득 파묻혀있는데요.

이 안쪽까지 굉장히 단단하게 쌓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산에 나무가 없다보니까 토사물이 그대로 내려와서 마을 도로 전체를 덮친 것인데요.

이쪽에 보시면 담벼락이 무너져서 보수 작업을 하고 계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집의 경우 대문 절반 높이 정도까지 물이 찼다고 합니다.

[우필분/주민 : 밤새도록 퍼냈네. 대책을 세워줘야지. 이래가지고 해마다 어떻게 하냐.]

강릉시는 올해 말까지 마을 인근에 1500그루의 나무를 우선적으로 심을 계획입니다.

[강릉시 관계자 : 올해 50ha 해서 조림을 하고요. 경관 조림을요. 워낙 비가 많이 오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발생이 된 거고.]

정동진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인 산성우리는 1년 만에 또 물에 잠겼습니다.

작년에 태풍 콩레이가 들이닥쳤을 때는 여기 벽지에 표시된 만큼 그러니까 58cm 높이 가량 물이 찼었는데요.

올해는 여기 경계선이 보이실 텐데, 두 배가 넘는 1m 가량 물이 찼습니다.

연례행사처럼 마을회관에서 생활해야 하는 주민들은 답답한 심정입니다.

[주민 : 작년에도 23일 동안. 올해는 한 달 넘게 있을 것 같아.]

주민들은 하천이 범람할 때마다 제방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물난리가 반복된다고 말합니다.

[주민 : 보강을 했다고 그래요. 공사를 했다고 그러는데, 또 침수됐어요. 뭘 보강했는지 모르겠고. 땜빵식으로 해가지고 똑같지 뭐.]

강원 지역에서 피해가 가장 큰 삼척 신남마을.

뒷산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마을 전체를 덮었습니다.

마을 안쪽이 상황이 가장 심각한데요, 제 옆쪽에 보면 산에서 내려온 흙과 돌이 제 키보다 훨씬 높이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위에는 집에서 사용하던 각종 용품들이 올려져 있는데요.

바로 앞에 있는 집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지금은 보시다시피 집 안을 전부 비운 상태지만 안쪽에는 보수 작업을 하기 위해서 텐트를 쳐놓고 지금 생활을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으로는 창고였는데 보시다시피 벽이 완전히 부서진 상태입니다.

그간 강력했던 태풍에도 피해가 없었기에 주민들은 더 당황했습니다.

[이숙희/피해 주민 가족 : (부모님께서) 여기서 쪼그리고 두 분이서 꼭 끌어안고 계시다가 구조가 된 거예요. 80 평생 처음이라고.]

[김동혁/신남마을 이장 : 훈련이 늘 체계화돼 있어야 한다는 게 제가 볼 때는 참 절실히 느낍니다.]

피해 지역에서 만난 주민들은 자연재해는 막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지 않았겠냐고 말합니다.

태풍이 마을을 휩쓴 지 일주일 째, 복구 작업에는 속도가 붙고 있지만 주민들은 아직도 그날 밤의 기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인턴기자 : 김승희)

이선화 기자 , 장후원, 김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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