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장 외로워지는 순간, 누구도 대신 갈 수 없는 생의 마지막 문턱까지 동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뿐입니다."
수녀원에 입회한 이후 30년이라는 시간을 호스피스 봉사자로 보낸 손영순 까리따스 수녀(마리아의 작은 자매회)는 죽음을 '삶의 완성'이라고 말한다.
"죽음의 과정은 삶을 포기한 채 마냥 그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에요. 삶을 완성해야 하는 순간이 왔음을 인정하고 하나하나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손영순 수녀가 최근 '죽음에게 물었더니 삶이라고 답했다'를 펴냈다. 호스피스 봉사를 하면서 겪은 경험과 감동을 담은 책이다.
"책을 내면서 고민스러웠어요. 혹시나 얕은 글재주로 저보다 훨씬 더 큰 봉사를 해 오신 분들에게 누를 끼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책에는 그가 겪은 수많은 죽음의 순간들이 등장한다. 그것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자체가 하나의 깨달음과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봉사자들 손에 사탕 하나씩을 쥐어주고 떠난 가난한 40대 아주머니, 20세라는 짧은 생을 마치고 떠나면서 봉사자를 붙잡고 '엄마'를 외치던 고아 청년, 고향의 연꽃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는 소원을 푼 날 올라오는 고속도로에서 눈을 감은 50대 아주머니.
손영순 수녀는 이들이 모두 '스승'이라고 말한다.
"말기 환자로 우리와 함께 머물다 하늘나라로 옮겨 가신 모든 분들이 제 스승입니다."
많은 죽음을 접하다 보면 씁쓸한 광경도 보게 된다.
생전 찾아오지도 않다가 외제차를 몰고 장례 행렬을 따라가는 건장한 자식들, 시어머니 병원비를 깎아 달라고 우기면서 애완견 수술에 수십만 원을 썼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며느리를 보면서는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에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하지만 손영순 수녀는 하느님께 이 모든 인간의 모습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한다. 그 역시 자신의 소명이기 때문이다.
되도록이면 본인 사진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는 이렇게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임종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건 제가 속한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에 주어진 소명입니다. 저는 수녀원의 사도직을 따를 뿐입니다. 그걸 봉사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단지 그 일을 할 수 있어 고마울 뿐입니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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