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기반 학대는 신체적 폭력보다 더 파괴적일 수 있습니다. 학대의 시작과 끝이 없고 폭력은 매일 반복된다는 점에서 심각합니다."
지난달 호주 시드니에서 만난 헬렌 캠벨 뉴사우스웨일스주 여성법률지원센터 센터장은 이미지 기반 학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이미지 기반 학대에 대한 폭력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과 입법 제안을 해왔다.
호주는 2017년부터 불법 촬영과 동의 없는 유포를 '이미지 기반 학대'로 정의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가 가해자의 가학적인 행동보다 피해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고 여성이 피해자임에도 '복수'의 대상이나 '음란물' 혹은 '성적 대상'으로 여겨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캠벨 센터장은 "이미지 기반 학대는 기존 온라인 스토킹과 달리 새로운 현상이었고 현존하는 법에 넣을 수 없었다"며 "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법률과 특수한 피해자 구제 전담 기관이 필요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여성법률지원센터와 여성단체들은 2014년부터 호주 정부에 비동의 유포에 대한 대응·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지난해 관련 법 개정까지 끌어냈다.
그는 이미지 기반 학대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삭제 지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캠벨 센터장은 "가해자가 감옥에 있더라도 피해자는 계속 고통받는 게 이미지 기반 학대"라며 "2차 유포를 막기 위해 신속한 삭제가 가능하고, 강력한 권한이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호주 각 주와 준주(Territory)마다 있는 여성법률지원센터는 여성에게 무료로 법률 자문을 하고 필요시 사건 변호까지 진행한다. 주로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 피해자를 지원하던 센터는 최근 이미지 기반 학대 피해 지원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시드니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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