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지하철 광화문역 5번 출구 앞에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인턴십 예정 증명서'를 받기 위해 긴 인파가 늘어섰다.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는 공익법인권센터 인턴십 논란을 풍자하기 위해 '증명서' 1000장을 준비해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남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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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광화문역 5번 출구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줄은 약 200미터 거리의 시청역 까지 이어졌다.
이들을 줄 서게 한 건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가 나눠주는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인턴십 예정 증명서'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이 서울대 인권법센터에서 받은 인턴십 관련 증명서가 허위라는 의혹을 풍자한 것이다.
이 행사가 화제를 모으면서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이 모인 5번 출구 앞은 사람들로 붐볐다. 서울대 학생들은 1000장의 가짜 증명서를 만들어왔는데 약 1시간30분만에 동이 났다.
서울대생들은 '조국 사태'가 불거진 8월 이후 4차례 학내 집회를 벌이고, 이후 두 차례의 광화문 집회에 추진위 등의 형식을 꾸려 참석해왔다. 집회를 거듭할 때마다 학내 이견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다른 대학과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 7일 서울대 학보사 대학신문이 재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644명) 가운데 73.9%가 조 장관 임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스누라이프에서 진행된 '2019년 상반기 부끄러운 동문상' 투표에서 조 장관은 이용자 86%(3915명)가 지목한 1위였다.
9일 서울 광화문역 5번 출구 인근에서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가 나눠준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인턴십 예정 증명서'. 남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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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검증 '조사형', 집회·대자보 '참여형'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서울대생들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집회 참석이나 대자보를 게시하는 '참여형'은 학내 집회를 이끈 원동력이다. 현재까지 이뤄진 6차례 집회 가운데 2·3차 학내 집회를 제외한 집회는 총학생회가 아닌 자발적으로 구성된 집행부가 이끌어 왔다.
또 다른 방식은 '조사형'이다. 서울대 구성원의 정보력을 동원해 조 장관 측 주장을 반박하는 방식이다.
7일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조민 학회 참가 영상 관련 한마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2007년 서울대 SAM(Snu Active Mentoring) 프로그램 지원서 양식을 올린 글쓴이는 "지원서를 별도의 파일로 작성해 이메일로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재학생·졸업(예정)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99% 수준으로 저것(학과, 학번, 학년)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고교생이었던 조 장관 딸이 인턴을 수행했다는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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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이라 비판하는 게 아냐, 반칙했기 때문"
9일 서울 광화문역 5번 출구 앞에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 약 100명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를 벌이고 있다. 남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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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광화문 집회에서 만난 서울대생들에게 분노하는 이유를 묻자 "반칙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대 졸업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모(33)씨는 "조 장관의 자식이 사회가 정한 룰을 공정하게 따라서 좋은 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에 갔다면 반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들이 얻은 지위를 기득권이라고 하는게 아니다. 그런 반칙을 써서 높은 성취를 얻을 수 있는 힘이 바로 기득권"이라고 비판했다.
조국 사태를 통해 공정의 가치가 훼손됐다고 느낀 일부 서울대생들은 스스로를 '샤붕이'(서울대 정문 조형물을 본 뜬 '샤'와 붕어의 합성어)라고 부르며 자조한다. '샤'는 서울대 관악캠퍼스 정문의 모습을 한글로 삼아 읽은 것이고, '붕'은 붕어에서 따왔다. 최모(25)씨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느꼈다"면서 "결국 노력해도 개천 속 가재, 붕어 신세라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조국 사태'를 비판했다가 오히려 기득권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들의 화를 돋웠다. 공과대 재학생이라고 밝힌 A씨는 "그저 공부해서 학교에 들어온 학생을 기득권이라고 비판하는 걸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관악회 장학금 지급과 인권법센터 '인턴 예정 증명서' 발급 논란으로 학내 비판을 받고 있는 서울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2일 서울대는 67억원 규모의 교내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고, 단과대·연구소가 따로 관리하던 인턴십을 통합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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