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8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다음주로 14일부터 20일까지로 예정된 IMF 연례총회를 앞두고 사전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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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일 취임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첫 공개 연설에서 “세계 경기가 동시에 둔화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한국을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로 지목하면서 위기 방어를 위한 지출을 늘릴 것을 권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다음주 IMF와 세계은행(WB)의 연례총회를 앞두고 8일(현지시간) 가진 공개 연설에서 “올해 전세계 국가의 90%가 경기둔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다음주에 공개될 ‘세계경제전망’에서도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IMF가 예측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3.2%, 2020년은 3.5%였다.
그는 경기 둔화의 주원인으로 ‘분열’을 지목했다. 그는 “국제 무역량이 사실상 성장을 멈췄다”며 무역분쟁의 여파로 내년 세계경제가 약 7,000억달러(약 838조원)의 총생산(GDP)을 잃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7,000억달러는 세계 GDP의 0.8%로 스위스 경제규모와 맞먹는다. 그는 “미ㆍ중 무역분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같은 지정학적 긴장이 현재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 공급망 붕괴, 무역 블록화, 기술 분쟁 등이 향후 수 세대에 걸쳐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전날 연설한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도 다음주 중 지난 6월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 2.6%를 하향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원인으로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우려와 유럽의 경기침체, 무역의 불확실성을 들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특히 독일, 네덜란드 등과 함께 한국을 지목하며, 더 많은 공공지출을 통해 성장을 자극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세 나라는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낮아 재정여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국가들이다. 그는 “사회기반시설과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것이 수요를 늘리고 성장잠재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한 IMF 협의단도 연례협의 후, 우리 정부에 상당한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장 재정을 펼치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재정 여력이 부족한 여타 국가는 여전히 지출 축소가 필요하지만 교육ㆍ보건ㆍ노동 부문에 대한 보호는 지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국내 자본을 적극 동원해 부패를 줄이고 신성장동력을 탐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동시 둔화 현상이 더 나빠진다면 각국이 동시에 정책적 대응을 펼쳐야 한다”며 국제적 협력을 강조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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