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선 사진 안 보고 치료… 환자 죽게 한 의사들 집유

서울중앙지법 로비. 서재훈 기자

진료 차트와 엑스선 사진을 제대로 보지 않고 다른 의사 말만 듣고 치료하다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들이 1심에서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장두봉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A(51)씨와 B(37)씨에게 각각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 등은 2014년 3월 서울 서초구의 한 병원에서 응급실 레지던트가 치료를 요청한 환자 C씨를 제대로 진료하지 않아 사망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당시 진료 차트 및 엑스선 사진 등을 보지 않은 채 진료에 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C씨는 호흡곤란 증상이 악화된 상황이었으나 이들은 직전 진찰자의 구두보고만 듣고 기도삽관을 세 차례 시도하다 실패한 뒤에야 절개술을 실시했다.

C씨는 절개술 시행 전까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뇌사 상태에 빠졌고 결국 7개월 뒤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A씨 등은 법정에서 “진료할 당시 응급상황이라 엑스선 사진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업무상 과실이 있다 해도 그 과실과 A씨 사망 간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진료 차트와 엑스선 사진은 응급실에서 1분도 안 걸리는 곳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며 “엑스선 사진을 보고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했다면 신속하게 절개술을 실시해 산소를 공급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