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명 복면 쓴 혐의·3명 복면 탈의 요구 거부로 체포
"시위대가 상점 파괴" 책임 공세에도 비난여론 커져
이달만 10대 2명 실탄에 맞고 19세 임신부도 구금
캐리 람 "모든 옵션 배제 않겠다" 추가 긴급법이나 中 개입 가능성도
홍콩 정부의 복면방지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가이포크스’ 가면을 쓰고 8일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포크스는 1605년 영국 정부의 가톨릭 탄압 정책에 반대해 제임스 1세 방문 시간 영국 의사당을 폭파할 음모를 꾸몄다가 발각돼 사형당한 인물로 가이 포크스 가면은 저항운동의 상징이 됐다. [AFP제공] |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홍콩 정부가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을 바탕으로 복면금지법을 발표한 이후로 홍콩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흘 만에 77명이 체포된 가운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중국의 개입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밝히며 시위대의 분노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5일 0시부터 복면금지법이 발효한 이후 8일까지 77명을 체포했다.
경찰 측은 77명 가운데 74명을 마스크 등 복면을 쓴 혐의로, 3명은 복면을 벗으라는 경찰의 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를 이유로 시위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체포된 사람은 모두 2363명에 달한다.
이 기간 경찰이 사용한 무기는 367발의 최루가스, 106개의 고무총알, 15개의 콩주머니 탄환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경찰은 또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40곳의 지하철역과 80개의 교통신호등, 200개 이상의 상점들이 파괴됐다며 시위대의 공격으로 경찰은 어쩔 수 없이 진압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찰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홍콩 정부의 시위대 진압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이달에만 두 명의 10대가 실탄을 맞은데다 주말에는 공포에 떨고 있는 10살 소녀가 무장한 경찰에 둘러싸여 울고 있는 모습이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퍼졌다. 6일에는 19세 만삭의 임신부가 튄문 인근에서 집회에 참석했다가 구금됐다.
또 홍콩 교육 당국은 각 학교에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 홍콩 정부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는 학생 등을 개별 보고하도록 지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에 대해 홍콩 교사들도 “마스크를 금지하는 규칙은 교육 현장에서 적용될 것이 아니다”라며 “당국의 이런 요청에 학교 측이 압력을 느끼고 있다”고 반발 중이다.
홍콩 경찰과 교육 당국의 강경한 태도에 긴급법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소문까지 퍼지며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주말께에는 홍콩 정부가 인터넷을 아예 차단할 것이란 우려도 SNS를 타고 번졌다.
홍콩 정부가 시위대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외환 유입 및 유출을 금지할 것이란 소문이 퍼졌고 이에 폴 찬 재정장관이 직접 자신의 블로그에 “홍콩달러는 지금도, 앞으로도 자유로운 환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람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시위 상황이 악화할 경우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복면금지법 이외의 추가 긴급법 발동이나 중국군 개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긴급법은 긴급 상황시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정장관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긴급법이 발동되면 체포, 구금, 추방, 압수수색, 재산 몰수 등 기본권 제한 조치도 입법회(의회)의 동의 없이 시행할 수 있다. 이 법은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1922년에 만들어졌다. 1967년 반영(反英) 시위 당시 한 번 발동된 후 반세기 이후인 올해 10월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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