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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씨티은행 계좌유지 수수료 달랑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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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국씨티은행 서울 다동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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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2017년 도입한 계좌유지 수수료 제도가 유명무실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초저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맞고 있는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선 이미 계좌유지비가 보편화되고 있지만 금융회사에 이자외 비용을 지불하는 걸 꺼려하는 우리 국민 정서상 수수료 정책이 자리를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9일 씨티은행에 따르면 현재 계좌유지 수수료를 내는 고객이 월평균 10명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은행은 2017년 3월부터 신규 고객 중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 계좌를 가지고 있으면서 창구에서만 거래하는 고객에게 매월 5000원의 계좌유지 수수료를 받겠다며 이 제도를 도입했다.


당초 씨티은행은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이용 독려, 잔액 없는 계좌 정리, 대포통장 이용 등 금융사고 예방 목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새로운 비이자이익 창출과 미사용 계좌를 정리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 다른 시중은행들도 이 제도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도입 전부터 “은행이 앉아서 돈 벌려고 한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고 씨티은행은 이런 반발을 우려해 예외 조항을 많이 뒀다. 2017년 3월8일 이전 고객, 만 19세 미만 또는 만 60세 이상 고객, 장애인 등 사회배려계층, 통장 외 예ㆍ적금, 대출, 펀드, 신용카드 사용 고객, 법인, 5000만원 이상 맡긴 자산가를 모두 수수료 제외 대상으로 지정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고객이 수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셈이다.


이자이익 감소로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는 외국 은행들은 수수료 제도를 정비하고 나섰다. 미국은 계좌유지 수수료로 최대 30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스웨덴 최대 은행인 SEB은행도 매달 35크로나(4300원)의 계좌유지비를 걷고 있다. 최근 일본 주요 은행들도 계좌유지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현재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송금ㆍ이체 수수료를 500~1000원가량 부과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저항이 상당한 편이다. 급여통장 연계, 체크카드 실적 등에 따라 수수료 면제혜택을 주고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이 무료 서비스를 선보여 사실상 수수료를 제대로 걷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송금 수수료가 35달러에 달하고, 영국 25파운드, 일본 650~860엔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내년 9월부터 종이통장 유료화(수수료 2000원)를 추진 중인데 이 정책도 재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비이자이익을 거두기 어려운 영업 환경인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3조6000억원으로 이자이익(20조6000억원)의 17.47% 수준에 불과했다. 신탁과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7000억원, 1조8000억원이었다. 수수료 관련 이익은 2조60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0억원 느는 데 그쳤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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