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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신통방통 '쪽지문'···이 작은 조각이 미제사건 915건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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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DNA 분석을 통해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를 특정했다. [연합뉴스]


최근 영구 미제 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DNA 분석으로 잡히면서 첨단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여전히 미제로 남아있는 사건의 수는 159만587건에 이른다. 공소시효가 폐지된 살인 사건의 경우 2019년까지 268건의 범인을 아직 잡지 못했다. 소 의원은 “화성 연쇄 살인사건처럼 268건의 가해자들이 아직 검거되지 않았고, 이는 추가 살인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문 재검색으로 10년 만에 죗값 치른 20대



미제사건들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단서로는 지문 재검색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부분만 남은 조각 지문인 ‘쪽지문’도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으로 주인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동안 지문 재검색으로 검거한 미제사건은 총 915건이다. 한 해 평균 100건 이상의 미제사건이 지문 재검색으로 해결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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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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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유형별로는 절도가 683건으로 가장 많이 해결됐다. 미제사건 비율이 높은 만큼 해결된 사건도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5년간 미제로 남은 사건 중 절반 이상(57%)은 절도 범죄였다. 이어 성폭력(141건), 강도(79)사건이 뒤를 이었고 살인사건도 12건이 해결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문 재검색을 통해 검거한 피의자 상당수는 범행 당시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미성년자 시절 범죄를 저지르고도 수사망을 피해간 피의자가 지문이 단서가 돼 5년 만에 죗값을 치렀다. 2013년 6월 당시 18살이던 A씨는 가출 상태에서 돈을 훔치기 위해 자정 무렵 의정부시의 한 상가 건물 사무실에 들어가 이곳저곳을 뒤지고 그대로 달아났다. 경찰은 당시 사무실 서랍에서 지문을 채취했지만 일치하는 이가 없었다. 5년 후 경찰이 시행한 피의자 지문 재검색에서 성인이 돼 등록된 A씨의 지문이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경찰은 A씨를 체포했다.

16세에 강도행각을 벌였던 20대 남성이 공소시효를 2개월 앞두고 10년 만에 붙잡히기도 했다. B씨는 2004년 서울 영등포구 한 주택에 들어가 잠자고 있던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고 현금 23만원을 갖고 달아났다. 그는 중학교를 중도에 그만두고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제사건 수사팀 2명밖에…공소시효 만료로 이어져



하지만 여전히 미제사건 수사팀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요미제사건 수사팀은 지방청별로 운영되는데 현재 17개 경찰청의 수사팀 인원은 73명이다. 가장 많은 수사팀을 보유한 서울지방경찰청이 9명으로, 채 10명을 넘지 않는다. 충남청의 경우 2명이며 3명의 수사팀을 둔 지방청이 8곳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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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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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수배 해제로 이어지고 있다. 2014년 이후 최근 5년간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용의자가 자유의 몸이 된 사건은 2만3215건이다. 날마다 12건씩 수배가 해제되는 것이다.

소병훈 의원은 “공소시효 만료에 따라 수배가 해제되면서 범죄자들이 아무 제약 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이는 추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태섭 의원은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장기미제 사건 해결을 위한 DNA나 영상 분석, 프로파일링 등 첨단 과학수사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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