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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文 주문 후 경쟁하듯… 검찰 개혁안 쏟아내는 조국·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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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조율은 ‘생략’… 법무부·검찰 주도권 경쟁 / 공개소환 없애고 야간수사 폐지 / 曺 ‘검찰의 특수부 개혁안’ 수용 / 공개적 의견수렴 없이 일방 발표 / “훗날 어떤 후폭풍 올지” 우려도 / 曺, 민정수석때 특별수사 고평가 / 장관되자 특수부 축소 추진 논란 / 법조계 ‘조국 檢 개혁안’ 반응 / “檢 개혁 논의 핵심인 인사권 빠져 / 부당한 별건수사 관련 기준 없어”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개혁’을 주문한 이후 법무부와 검찰이 경쟁하듯 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검찰개혁’이란 숙제가 수십년째 이어져 왔다는 게 믿어지기 어려울 만금 파격적인 개혁안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이 앞다퉈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 각계의 공개적인 의견 수렴을 단 한 차례도 거치지 않은 데다 조 장관 수사 도중에 추진되는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직접 발표했다. 여기에는 검찰에 대한 법무부 감찰 강화 및 실질화, 검찰에 대한 법무부 행정사무감사의 실질화, 비위 검사의 의원면직 제한 등이 포함됐다. 이날 조 장관의 직접 발표한 검찰개혁 방안은 검찰이 밤 9시 이후 피의자 조사를 금지한 ‘심야조사 폐지’ 선언 이후 나왔다. 조 장관과 검찰이 ‘개혁경쟁’을 펼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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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검찰개혁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조 장관이 특수부 폐지 대상에서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법무검찰개혁위(개혁위)의 권고가 아닌 윤석열 검찰의 자체 개혁안을 받아들인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조 장관은 “검찰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하다”며 “개혁위 권고 사항은 단기적으로 바로 할 수 있지 않은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검찰을 향해 검찰이 개혁의 주체라며 변화를 주문했다. 이후 검찰개혁안은 하루가 무섭게 쏟아지고 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대통령 발언 이후 검찰에 직접수사를 축소하고 형사부와 공판부에 무게중심을 둔 검찰 조직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검찰은 즉각 서울중앙지검 등 세 곳 외 특수부를 없애고 검사장급 관용차량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관용차로 출근한 검사장들은 모두 이날 대중교통을 이용해 퇴근했다.

개혁위는 다시 검찰의 직접수사가 과도하다는 점을 강조함과 동시에 파견검사가 많으니 최소화해 달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 발표가 나온 날 검찰은 피의자 등 사건관련자를 조사할 때 공개소환하는 관행을 없애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개소환이 사라지면 포토라인도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1993년 포토라인이 생긴 이후 인권 문제와 국민의 알권리가 첨예하게 충돌해 왔다. 사회 각층에서 꾸준히 토론회를 열 만큼 중요한 문제였지만 포토라인은 윤 총장 지시로 한순간에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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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개혁안은 계속 이어졌다. 법무부는 7일 투명성과 공정성 등을 확보해 달라고 검찰에 제안했고, 검찰은 곧바로 심야조사를 없애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수사준칙 상 ‘자정’을 ‘오후 9시’로 바꾸고,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늦은 밤까지 조사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사회적인 협의를 생략한 채 일방적인 개혁안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최근 며칠 사이 공개소환 폐지 등 개혁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언론계와 시민단체, 법조계 등 각계의 공개적인 의견 수렴을 진행하지 않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십년째 막혀있던 검찰개혁안이 문 대통령 발언 이후 ‘이렇게 쉬운 거였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개혁안이 발표되고 있다”면서도 “사회적인 협의 없이 경쟁적으로 발표되는 검찰개혁이 훗날 어떤 후폭풍을 일으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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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정탁 기자


검찰개혁안을 연일 내놓고 있는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재직 당시와 180도 다른 언행을 내놓고 있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조 장관은 민정수석 시절 국정농단 수사 등에 대해 검찰의 특별수사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특별수사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서도 형사부 업무와 직결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없애는 쪽으로 조정했다. 조 장관이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내놓으면서 “이미 검찰이 잘하고 있는 특별수사 등에 한해 검찰의 직접수사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부패범죄 수사를 그대로 검찰에 맡겼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당시 검찰의 특별수사를 축소해야 한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힌 이후의 일이다. 문 전 총장 당시 검찰은 자체 개혁의 하나로 형사공판부 강화와 특수부 축소 방침을 세웠고, 문 전 총장은 전국 검찰청 특별수사 부서 43개를 폐지하고 1만4000여건에 달하던 검찰 자체 발굴 사건도 지난해 기준 8000여건으로 줄였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법무부의 검찰개혁안이 조 장관 수사에 맞춰 이뤄지는 상황에서 검찰의 감찰권마저 법무부가 가져가려 한다”며 “이는 검찰개혁을 빙자한 조국 수사검사들에 대한 경고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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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뉴시스


◆“檢 압박 행태… 시기적으로 부적절”

가족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전방위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하자 법조계에선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시점에 조 장관이 강도 높은 검찰개혁 방안 일부를 연내 추진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검찰을 압박하려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조 장관 가족들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검찰을 간접적으로 위축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면서 “검찰개혁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시기상 개혁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법무법인 이경 최진녕 변호사는 “지금은 개혁 주체의 도덕성이 문제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특정인을 위한 개혁이 아니냐는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검찰개혁을 위해서라도 지금 단계에서 (발표를) 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또 “지난 2009년에 인권보호 공보준칙을 만들 때는 공청회를 여러 차례 거쳤는데 지금은 그런 공론화 과정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검찰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사권 관련 내용이 이날 발표에 빠졌다는 학계 지적도 있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법학)는 “현재 검찰개혁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사권 문제”라며 “지금까지 검찰개혁이 실패한 이유는 검찰에 대한 인사권이 청와대나 법무장관에게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검찰총장 인사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를 중립적으로 구성해 검찰 인사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검찰개혁 원인을 제공한 것은 검찰을 일종의 ‘도구’로 활용해 온 역대 정권의 행태에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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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별건 수사를 제한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란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은 “부당한 별건 수사를 금지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도중 새로운 범죄 혐의를 포착했어도 수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를 하다 보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분석 과정에서 새로운 범죄 혐의를 포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수사하지 않으면 검사로서 직무유기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검사는 “발견한 범죄 혐의를 눈으로 보고도 못 본 체하라는 건지, 어떤 게 부당한 별건 수사에 해당하는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벌인 ‘적폐청산’ 수사의 대표 격인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새롭게 인지해 중대범죄로 보고 기소한 사례도 여럿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어떤 걸 부적절한 별건 수사라고 볼 건지는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김건호·정필재·배민영·유지혜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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