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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두쪽 난 대한민국’에도…與 “광장민주주의 전세계적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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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 인근에 설치된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아래)와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요구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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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는 게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대의 제도의 위기입니다”

대한민국이 서초동·광화문 두 개의 거대한 광장으로 쪼개진 현실을 놓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8일 한 말이다.

홍 대변인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해 프랑스의 ‘노란 조끼’ 등 유럽의 반정부 시위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있었던 월가 점령 시위 등을 예로 들며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는) 이런 현상은 전세계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의 민주주의가 갈등 해소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계속 확장시키면서 광장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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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소방청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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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변인은 또 ‘조국 수호’와 ‘조국 퇴진’으로 갈린 정반대 구호에 대해서도 “민주 사회에서는 생각의 다름, 차이를 당연히 다르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변인은 “광화문이나 서초동 집회 양상이 대규모로 참여하면서 광장으로 나와서일 뿐이지 의견들이 엇갈린 상황은 굉장히 많다. 일제 식민지 평가를 놓고도 20% 정도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이 계시지 않느냐”고 했다.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던 문재인 대통령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정치학계에서는 여권의 이런 상황인식에 대해 “직접 민주주의, 광장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통화에서 “아고라 데모크라시(Agora Democracy)라는 광장 민주주의는 원래 한 장소에서 찬반 양측이 협박·조롱하지 않고 극단적 주장은 배제하는 가운데 합리적 토론을 통해 절충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지금 우리나라처럼 따로따로 광장에 모여 자기네 주장만 일방적으로 외치는 방식은 직접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서초동 집회=자발적 참여, 광화문 집회=내란 선동 폭력 집회’라는 여권의 이분법은 이날도 여전했다. 오전에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단-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지난 주말 서초동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이고 평화적인 촛불 집회가 진행됐고 수준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천절 시위(광화문 집회) 때 동원웨어라는 그룹웨어를 쓰지 않았느냐. (한국당이) 지구당별로 400명씩 동원하고 무슨 어떤 교회에서 2만원씩 알바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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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당 윤리위에 국감장에서 막말을 한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제소되었다"며, "여상규 법사위원장을 향해 법사위원장 자격이 없으니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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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목소리는 검찰개혁을 향한 열망”이라는 여권의 독해법도 마찬가지였다. 이재정 당 대변인은 “국민의 목소리는 분명하다. 무소불위의 조직으로 비대해진 검찰의 대대적 개혁”이라며 보수 야당을 향해선 “지지층을 선동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장외정치는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또 국감에서 동료 의원에게 욕설을 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당 여상규·김승희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제소 건을 다루는 윤리특위는 지난 6월 활동 기간 만료 이후 4개월째 구성되지 않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나온다.

극단적 분열에 대한 정치적 해법 모색 없이 대야 공격에 몰두하는 집권당에 책임의식 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정치의 양극화가 너무나 위험한 상태여서 어떻게든 풀어야 할 단계”라며 “대화와 타협의 정치, 통합의 정치가 작동하지 않고 고소·고발전만 벌이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부)는 “지난 휴일 우연히 광화문 집회를 돌아봤는데 조국 장관 절대로 안 된다는 자발적 시민들도 굉장히 많았다. 민주당이 수구보수세력의 내란 선동으로 갈등을 부추기는 건 맞지 않는다”며 “극단적인 진영 대결에는 여야 모두 잘못이 있지만 책임의 크기는 당연히 집권당이 더 큰 만큼 여당과 청와대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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