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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이태원에 새둥지 박여숙화랑 첫 행사로 권대섭 작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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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청담동을 떠나 용산 이태원으로 자리를 옮긴 박여숙화랑이 새 공간의 첫 작가를 선택했다. 달항아리(사진)로 국내외에서 명성을 쌓은 권대섭(67)이다.

세계일보

10일 개막하는 권대섭 개인전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한다’는 철학 아래 지난 40년간 흙, 물, 불과 씨름하며 백자에만 매진한 작가의 예술 세계를 소개한다.

권대섭은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으나 우연히 인사동에서 백자를 본 뒤 도자작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79년부터 5년간 일본 규슈 나베시마요(窯)에서 도자를 배웠고, 1995년 덕원미술관에서 첫 국내 전시를 열었다.

그는 조선 백자 항아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구현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45㎝를 넘는 높이의 강건한 항아리로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 중에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한국의 도자 작품으로 꼽힌다. 전통 장작가마를 고집하는 권대섭은 조수도 없이 혼자서 불의 미학과 대결하고 있다. 한 가마에 4점밖에 구울 수 없어 1년에 보통 겨우 6점의 백자 항아리를 완성작으로 빚어낸다.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부수어 버린다’고 한다.

외국에서도 한국백자 전통을 이어가는 그의 작업을 일찌감치 눈여겨봤다. 권대섭의 달항아리는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경매에서는 추정가 3배에 가까운 5만2500파운드(약 7700만원)에 낙찰됐다. 최근 벨기에 화랑 악셀베르보르트는 권대섭 작업을 유럽 컬렉터들에게 소개하는 작품집을 펴내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상징적인 달항아리부터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작품을 두루 선보인다. 과작인 권대섭의 작품을 모처럼 한자리에서 풍성하게 감상할 자리다.

박여숙화랑은 “작가의 단련된 예민함과 자연의 힘이 결합해 작업의 뛰어난 질과 연속성을 이뤄내는 것”이라면서 “언뜻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백자 항아리는 적당한 두께로 성형됐을 때 비로소 활달하고 시원한 감정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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