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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무인운반차가 작업자 없이 부품·완제품 운반까지 ‘척척’ [연중기획 - 창의·혁신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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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LS산전 청주 '스마트공장' / 중앙컴퓨터 명령 따라 사업장 종횡무진 / 조립·품질검사·포장작업 완전자동화 / 8개 라인 중 5개 라인 스마트화 끝내 / 2011년부터 200억원 투입 시스템 변혁 / 생산성 60% 향상… 불량률도 97% 급감 / 2023년까지 글로벌 최고 수준 구현 목표 / 국내 첫 오픈 플랫폼 ‘테크 스퀘어’ 공개 / 中企 중심 사업화 … 개방형 생태계 조성

“치이익∼ 치이익∼”

7일 찾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LS산전 1사업장(G동) 2층에서는 연신 바람 소리가 들렸다. 기자와 동행한 박원규 LS산전 생산기술팀 부장은 이 사업장에서 생산하는 전자접촉기(전자석을 통해 자동으로 전류를 제어해주는 기기) 안에 혹시나 있을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기계가 접촉기 내부를 청소하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소리에 익숙해지고 난 뒤 살펴본 사업장은 사람보다 기계가 더 많은 ‘스마트 생산’ 라인이었다. LS산전은 2014년부터 1사업장에 ‘스마트 공장’을 실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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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모자라면 알아서 척척… 공장 누비는 무인운반차

자동화 시스템 중 놀라운 부분은 무인운반차 AGV(Automated Guided Vehicle)였다. 놀이동산 ‘범퍼카’처럼 생긴 8대의 AGV는 생산 라인 바닥에 부착된 청색 테이프를 따라 움직였다.

AGV들은 청색 테이프 끝자락에 있는 부품들을 실어 전자접촉기의 조립을 시작하는 U자 모양 라인 시작 부분에 부품을 가져다놓았다. 부품은 사람의 손길을 거치지 않고 라인을 지나며 기계를 통해 전자접촉기로 조립됐다. AGV들은 U자 라인을 거쳐 완성한 전자접촉기들을 다시 실어 날라 포장대로 옮겼다. 이 모든 것은 사업장 한 쪽에 놓인 중앙컴퓨터가 통제했다. AGV는 중앙컴퓨터가 내리는 명령에 따라 알아서 부족한 부품을 라인으로 운반하고 완성한 제품은 옮겼다. 호기심이 생겨 이동하는 AGV 앞에 섰더니 기자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멈춰섰다. 하루 8∼10시간 가동하는 공장이 멈춰 서면 AGV는 자동으로 공장 내 있는 충전기로 가 휴식을 취하며 다음 날을 위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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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접촉기 생산라인에서 무인운반차(AGV)가 부품을 싣고 사업장 내를 움직이고 있다. LS산전 제공


LS산전은 각 공정에 자동화 기기인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를 설치했다. PLC는 상위 PC를 통해 제조실행시스템인 MES(생산관리시스템 :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와 연계해 있다. 이를 통해 U자 모양의 라인을 지나며 기계들이 부품을 조립해 전자접촉기를 만든다. 작업자는 모니터를 통해 해당 조립라인 구석구석에 설치한 PLC로부터 온 데이터를 확인하고 이상 유무를 점검한다. 각 공정이 끝날 때마다 로봇이 카메라 조명을 터뜨려 품질 이상 여부를 검사했다. 총 8개의 작업 라인 중 5개 라인이 이렇게 기계만으로 작업하는 스마트화가 완료됐다. LS산전은 2023년까지 모든 라인을 스마트화할 계획이다.

라인 곳곳에는 신호등 모양의 센서가 세로로 세워져 있다. ‘파란색’은 공정이 이상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노란색’은 공정에 부품이 없다는 의미이고 ‘빨간색’은 공정에 이상이 생겨 사람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표시다. 약 7383㎡(약 2240평)에 달하는 G동 사업장 2층에서 빨간색 표시등은 단 하나에 불과했다. 자동화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알게 해줬다. 이렇게 라인을 움직이는 동안 실시간으로 수집한 정보는 MES를 통해 향후 생산성 개선 정보로 활용한다. 정보량은 1개 라인 기준 하루 평균 50만건 이상 발생한다. 전 공장에 걸쳐 수집된 정보가 쌓여 빅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이 빅데이터가 이후 공정을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해준다.

최종 조립된 전자접촉기들은 AGV를 통해 포장대로 이동하는데 포장하는 라인 역시 완전 자동화됐다. 중량감지센서를 통해 포장의 정확도를 자동 검출하고, 커다란 포장 로봇은 품목별로 다른, 크고 작은 상자에 일정한 간격에 맞춰 전자접촉기를 넣어 포장하고, 상자에 명판 정보를 자동 부착했다. 사람은 포장한 상자들을 실어 나르는 역할만 한다. LS산전은 올 연말까지 이 공정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사업장에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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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공장’으로 생산성 60% 향상

LS산전은 2011년부터 약 4년간 2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단계적으로 스마트 공장을 구축해왔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화 기술을 접목해 다품종 대량 생산은 물론, 맞춤형 생산도 가능한 시스템 변혁을 구현했다.

스마트 공장 구축을 통한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생산성 측면에서 설비 대기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고 생산성은 60% 이상 향상됐다. 사업장 2층 전자접촉기 라인의 경우 38개 품목의 1일 생산량이 기존 7500대 수준에서 2만대로 확대해 생산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에너지 사용량 역시 60% 이상 절감됐다. 불량률도 97%가량 감소해 글로벌 스마트 공장 수준인 7ppm(Parts Per Million)으로 급감했다. 100만대를 생산하면 불량품이 7대 수준이라는 의미다. 필요한 작업자 수도 라인당 절반으로 줄어 신규 사업 라인으로 재배치하는 등 경영 효율성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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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사업장 고객수요 예측시스템과 일괄 자동화 라인은 자동화율 100% 수준으로 △기초단계 △중간 1단계 △중간 2단계 △고도화단계에 이르는 공장 스마트화 4단계 가운데 중간 2단계를 넘어 고도화 단계로 진입을 앞두는 등 국내 기업 중 스마트 공장 구축 우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LS산전은 이에 그치지 않고 CPS(사이버 물리 시스템 ; Cyber Physical System), IoT(Internet of Things)를 지속해서 도입하고 시뮬레이션 분석에 의한 생산시스템을 최적화해 고도화단계를 2023년까지 달성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스마트 공장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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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산전 청주사업장 1동 2층의 전자접촉기 생산라인에서 박원규 LS산전 생산기술팀 부장(왼쪽)이 기계가 제품을 생산하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LS산전, 스마트공장 시장 공략 팔 걷다

정부의 스마트공장 3만개 확산 정책에 따라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이 분야 대표 기업 LS산전이 ‘오픈형 스마트공장 플랫폼’을 시작하고 시장 선점에 나섰다.

8일 LS산전에 따르면, LS산전은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국내 최초 오픈형 스마트공장 플랫폼 테크 스퀘어(Tech Square)를 공개하고, 국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을 본격화했다.

‘테크 스퀘어’는 수요자와 공급자는 물론 산학 전문가 등이 누구나 자유롭게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으로 △수요·공급 기업 매칭 △생애주기 멘토링 △프로젝트 관리 △유지보수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이는 솔루션을 일괄 공급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고객 현황을 분석해 플랫폼에 참여한 분야별 최적 기업을 고객과 매칭함으로써 구축 비용이 절감되는 등 경제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대했다. 도입 초기부터 구축, 유지보수에 이르는 스마트공장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형 정보와 해결책을 제공해 확장성은 물론 서비스 만족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LS산전은 테크 스퀘어에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자동화 솔루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공장운영시스템, 스마트제조기술 역량을 더해 국내외 시장에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스마트공장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6년 1210억달러에서 연평균 9.3% 성장해 2022년 2054억달러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스마트공장 핵심기술 시장 규모는 5년 내 지금보다 6배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시장 규모는 2016년 3조8000억원에서 2배 늘어난 6조3000억원(2021년 기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LS산전 관계자는 “테크 스퀘어는 정형화된 솔루션을 공급하는 것에서 벗어나 플랫폼 참여기업 고유 기술과 경험이 어우러지며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공적인 사업모델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스마트공장 대표 기업 LS산전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협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해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청주=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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