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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SLBM 쏘고 “안보리 소집 좌시 않겠다”는 北의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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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와 관련한 영국 등 3개국의 유엔 안보리 회의 소집 요구에 강력히 반발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7일 “우리의 자위적 조치를 유엔 안보리에서 문제제기하려는 위험한 시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 등의 불순한 움직임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며 “안보리에서 우리의 자위적 조치를 이슈로 제기하면 주권을 방어하려는 욕구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신형 SLBM ‘북극성-3형’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 그런데도 김 대사는 ‘자위적 조치’라고 강변하면서 “우리가 미래에 무엇을 할지 주의 깊게 지켜봐달라”고 추가 도발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적반하장이다. 스톡홀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됐지만 북·미 대화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이므로 안보리가 나서서 자극하지 말라는 뜻이 담겼을 것이다. 안보리가 추가 대북제재를 단행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속셈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귀국길에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공항에서 한 말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추후 회담은 미국 측에 달려 있다”면서 “이번 회담은 역스럽다(역겹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고 위협했다.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제시해 협상을 깬 건 북한이다. 그럼에도 미국 탓을 하면서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걸 보면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1·2차 북·미 정상회담은 정상 간 결정으로 이뤄지는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조치를 실행하지 않고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한·미 연합훈련 축소·중단이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북한은 이번에도 실무협상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논의를 피하고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직행하려는 생각인 모양이다. 정치적 곤경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통큰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번에는 실무협상에서 밀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두 차례 정상회담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이번에는 과거의 술책이 통하지 않을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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