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파월이 밝힌 자본주의와 파시즘의 러브스토리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
파월에 따르면 미국 자본가들은 파시즘에 호의적이었고, 2차 대전으로 막대한 부를 구축했다. 이런 대자본가들의 행보를 통해 그는 미국이 말한 '좋은 전쟁'이란 미국의 '대기업(자본)'에만 '좋은' 것이었을 뿐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2차 대전 이후에도 자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많은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민낯을 들춰냈다.
멕시코 화가 디에고 리베라가 히틀러를 그린 벽화. 배경에 히틀러를 권좌에 올려놓은 독일의 기업가와 은행가가 있다. (사진 = 오월의봄 제공) |
신간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는 이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파시즘과 자본주의의 밀착 관계를 파헤친다. 아돌프 히틀러가 세계사 무대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독일과 미국의 자본가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라는 거다.
이와 관련해 한 독일 지배층 인사는 "우리가 히틀러를 고용했다"고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그들 자본가가 히틀러를 정치 경력 초기부터 지원해 권력을 잡도록 협력했다는 얘기다. 히틀러가 정복 전쟁을 벌이고 약탈을 저지르며 홀로코스트를 자행할 때 역시 도움을 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은 엄청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렇다면 히틀러가 몰락했을 땐 어떠했을까? 대자본가들은 나치즘과 파시즘이 최후를 맞이했을 때도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부와 권력, 특권 또한 온전히 지켜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나치에 협력했다는 흔적까지 말끔히 지워버렸다.
저자는 미국 정부와 독일 내 미국 점령군 당국의 주요 결정권자 대부분이 미국과 대기업, 은행의 대리인이었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그들은 어용 역사학자를 고용해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지워내기도 했다. 히틀러가 집권하도록 결코 돕지 않았고, 그에게 협력했다고 해도 강요 때문이었다는 거다. 히틀러를 악마로 포장하는 대신에 자신들은 피해자로 둔갑시켰다.
1938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독일 영사가 히틀러의 훈장을 나치 정권의 전쟁 수행 준비에 큰 편의를 제공한 헨리 포드(가운데)에게 대신 수여하고 있다. (사진 = 오월의봄 제공) |
이번 저서는 미국과 독일의 대자본과 히틀러 사이의 협력 관계를 다각도로 파고든다. 저자는 사료를 바탕삼아 나치즘과 파시즘이 어떻게 등장했고, 자본주의와 어떻게 결탁했는지, 그리고 독일과 미국 등의 자본가들이 나치즘과 파시즘의 성장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낱낱이 밝혀낸다.
파월은 "독일에서 나치즘과 자본주의의 역사는 친밀한 관계의 연대기이자 일종의 러브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며 최종적 이익을 본 사람들은 히틀러를 뒤에서 떠받친 자본가들, 대기업들이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히틀러는 집권하자마자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노동조합원, 유대인을 차례로 탄압했다. '나치 독재'가 시작된 것이다. 독일의 재계는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좌파 노동조합 등이 제거된 데 매우 만족했다고 한다.
저자는 "전쟁이 미국의 대기업과 대형 은행에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원천이라는 사실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그래서 미국은 1945년 이후에도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켰고, 최근 자신의 이력서에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내용을 추가한 대통령 때도 전쟁이 멈추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이와 함께 "미국이 빠른 시일 내에 마르스(전쟁의 신) 숭배를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지구에 평화가 찾아온다면, 미국 재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우려한다.
오월의봄. 박영록 옮김. 432쪽. 2만3천원.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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