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북한군 개입' 주장한 금서 버젓이 비치한 국회 도서관

지만원 발행 화보집, 판매·배포 금지돼

기념재단 비판에 "열람불가 조치 취할 것"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단체나 참가자들을 비하해 판매ㆍ배포가 금지된 도서가 국회도서관을 통해 시민에게 제공되고 있어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5ㆍ18 영상고발'이란 제목의 이 책은 5ㆍ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내용의 화보집으로 보수논객 지만원씨가 엮어 발행했다. 광주지방법원은 지난해 10월 이 책이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있으며 시민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판결을 내려 판매와 배포 등을 금지했다.

하지만 국회도서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에는 이 책 2권이 비치돼 있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상태다. 광주지방법원 결정을 보면, '5ㆍ18 영상고발'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제3자를 통한 발행과 배포도 금지돼 있다. 다만 법원의 금지 결정 대상은 지씨 측이기 때문에 도서관이 책을 대출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5ㆍ18기념재단 측은 국회도서관의 행태가 법원 판결 취지를 무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8일 기자와 통화에서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 소속 도서관이 법원에서 금지한 도서를 유포하고 있는 것은 상식과 판결 취지에서 벗어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정혜 국회도서관 자료수집과장은 "해당 도서는 2년 전 우편을 통해 기증을 받은 것"이라며 "현재 국회도서관은 약 460만권의 도서를 보관하고 있어 일일이 들여다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앞으로 별도 서고에 보관하고 더 이상 열람이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는데 국립중앙도서관, 연세대 도서관 등이 법원으로부터 판매와 배포 금지를 당한 전두환 회고록 1권을 시민에게 대출해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역시 불법은 아니나 논란 끝에 국립중앙도서관은 이 책에 대한 대출 신청을 제한했고, 연세대 도서관은 책 정보가 도서관 홈페이지에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한편 5ㆍ18 관련 영상을 사진 출력물로 엮은 이 화보집은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과 남한의 공산주의자들이 날조한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지씨가 2016년 발행한 것이다. 북한 고위급 인사의 사진과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 사진을 각각 제시하면서 당시 활동한 이들이 북한군이거나 노동당 간부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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