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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아침을 열며] 비상식과 모순이 지배하는 조국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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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검찰 개혁을 시대적 당위로 여겨 지지하지만, 조국 퇴진을 주장하는 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보수 집회에서는 조국 정국과 무관한 극단적 주장이 터져 나오고, 진보 집회에서는 조국에게 제기되는 의혹의 실체적 진실 규명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사진(왼쪽)은 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시민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고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과 3일 우리공화당 지지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구속과 문재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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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수호’ 대 ‘조국 퇴진’의 구도는 검찰 개혁이라는 쟁점 축이 진영 대첩, 정치공학과 중층적으로 작용하면서 위험한 광장 대결로 발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극한의 갈등이 오히려 지지층 결집을 가져온다는 반정치의 선거 공학에 매몰돼 있다.

보수진영의 광화문 집회에서는 ‘탄핵무효’ ‘박근혜 석방’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등의 반헌법적, 시대착오적 색깔론과 극단적 주장이 터져 나오고, 촛불집회에서 조국 장관은 한국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해결할 인물로 과대 포장된다. 검찰 개혁과 조국 수호의 등치에서 검찰은 구악의 상징이고, 조 장관과 그의 부인은 검찰에 의해 탄압받는 약자로 치환되면서 논리 비약과 진영 논리가 이성과 상식을 압도한다. 비상식과 모순의 극치다.

검찰 개혁을 시대적 당위로 여겨 지지하지만, 조국 퇴진을 주장하는 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보수 집회에서는 조국 정국과 무관한 극단적 주장이 터져 나오고, 진보 집회에서는 조국에게 제기되는 의혹의 실체적 진실 규명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여권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청산해야 할 ‘적폐’가 됐다. 여권은 조 장관 수사가 “오기 수사” “보복수사”라며 윤 총장을 정점으로 한 검찰의 개혁 저지를 위한 조직적 저항으로 본다. 검찰 수사와 검찰 개혁을 대척에 두고 검찰을 압박하는 구도다. 윤 총장은 검찰 개혁에 반대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의 거취를 거론하는 것은 프레임 정치를 통한 국면 전환 시도라는 합리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조 장관 가족 수사에서 국면이 진화하고 분화하면서 급기야 청와대 대 검찰의 대립 구도까지 만들어진 형국이 됐다. 정의와 공정의 문제가 이념과 진영 대결로 가고,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사생결단식의 프레임 정치에 몰입하고 있는 게 조국 사태의 본질이 됐다. 앞으로 또 어떠한 프레임과 변수가 만들어질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정경심 교수의 사법처리 여부, 조 장관 기소 여부 등의 변수에 따라 ‘조국 대전’이 ‘조국 내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위중한 상황이다. 검찰 수사가 대통령의 인사권에 저항하고 정치에 개입한다고 보는 권력 핵심의 인식, 조국을 포기하는 순간 수구세력과 한국당에 정국 주도권을 내줘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진영 내 절박감 등이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거대 권력을 지키려고 먼지털기 식 수사, 과잉 수사로 조국을 낙마시키려 한다고 생각하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박근혜 탄핵을 이뤄냈다는 시민적 자부심으로 무장돼 있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다시 탄핵 때의 촛불을 들어야 한다는 논리적 비약과 사고의 매몰 등이 중첩적으로 작용하면서 조국 사태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거대담론으로 진화 중이다. 그러나 서초동 집회에 검찰 개혁에 동의하지만 조국 수호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시민이, 광화문 집회에도 조국에 동의하지 않지만 수구의 극단적 주장을 일축하는 시민들이 더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다. 보수 집회에도 박근혜 탄핵 때 촛불을 들었던 그 시민들이 다수다. 검찰 개혁이 왜 조국 사수와 등치되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시민도 서초동 집회의 시민들 숫자만큼이나 많다. 혼돈의 연속이다.

민주당이 조국 지지를, 한국당이 조국 퇴진을 주장하지만, 조국 퇴진을 주장하는 유권자가 반드시 한국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 개혁을 지지하지만 조국을 지지하지 않는 시민이 다수인 것과 같은 논리다. 갈등과 대결이 증폭되고 마지막 비등점을 넘는 순간, 아무도 예측 못하는 상황의 초래를 배제할 수 없다. 조국은 ‘정의부(Ministry of Justice)’라 번역되는 법무부 장관이지만, 수사 대상으로서 ‘정의’를 표상하지 못한다. 대통령은 나뉘고 찢겨진 민심을 가벼이 보아선 안된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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