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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Golf] 필드를 가르는 멋진 샷…더 돋보이는 건 골퍼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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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AF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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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잘 웃는 프로골퍼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머릿속에 금방 떠오르는 얼굴 하나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 주인공은 현재 국내 여자골퍼 중 가장 멀리 치는 김아림(24)일 확률이 높다. 멋진 샷을 날려 칭찬받을 때도, 실수로 퍼팅을 놓쳤지만 격려의 박수를 받을 때도 그는 웃는다. 미소와 더불어 손을 배꼽 부분에 대고 고개를 숙이는 '배꼽 인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물론 '속도 없다'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는 팬도 없지 않다. 하지만 오늘도 김아림은 넉넉한 미소와 배꼽 인사로 팬들과 소통한다.

누군들 버디 기회에서 보기를 범했을 때 기분이 좋겠는가. 그래도 김아림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웃는 이유는 긍정의 골프가 스코어를 좋게 하고 팬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자신에게 '플러스'가 되는 요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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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이나 퍼팅하기 전 늘 미소를 짓는 태국의 에리야 쭈타누깐. [로이터 = 연합뉴스]


'웃는 얼굴' 하면 떠오르는 골퍼가 또 있을 것이다. 태국의 에리야 쭈타누깐이다.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그지만 유리 멘탈 때문에 늘 우승 길목에서 무너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샷이나 퍼팅하기 전에 늘 웃는 미소로 '프리샷 루틴'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완전 '멘탈 갑' 선수로 변신했다. 그에게 미소는 긍정적인 사고를 하기 위한 자기 최면 같은 것이다.

왜 긍정의 힘이 그렇게 중요할까. 그건 골프에서 부정의 힘이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힘의 크기만을 놓고 본다면 부정의 힘이 긍정의 힘을 압도할 것이다. 하지만 미소의 샷은 부정적인 부분도 긍정적으로 바꾸게 하는 힘이 있다.

골프 멘탈은 몇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굳이 나누자면 좋은 멘탈, 나쁜 멘탈 그리고 이상한 멘탈이 있다.

긍정은 좋은 멘탈 중에서도 최고봉이라 할 만하다. 자신감도 좋은 멘탈 중 하나다. 2018년 보그너 MBN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김보아(24)는 평소 자신에 대한 어머니의 믿음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조용한 성격의 자신과 달리 어머니는 늘 자신감 넘치고 "넌 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했다. 자신은 그 정도가 아닌데 어머니는 딸을 너무 과대평가한다고 생각했다. 또 그는 챔피언이 남의 얘기라고 생각했다. 자신과 우승은 영원히 친해질 수 없는 그런 사이라고 지레 단정한 것이다. 그런 그에게 변화가 시작됐다. 멘탈 코치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가 받은 멘탈 수업은 낮은 자신감을 높은 자존감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실수에 대해 너무 예민했던 그에게 멘탈 코치는 그 느낌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을 통해 김보아가 얻게 된 것은 '무심의 퍼트'다. 아무리 중요한 퍼트라도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다. 그는 늘 "내게는 중요한 퍼팅도 없고 중요하지 않은 퍼팅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퍼팅했다. 그리고 생각을 바꾸니 우승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골프에서 좋은 멘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욕심 같은 나쁜 멘탈도 있다. 물론 프로골퍼에게 욕심도 필요한 멘탈 중 하나다. 적절한 욕심은 선수들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경쟁에서 좋은 자극제가 된다. 하지만 그것이 과도하면 긴장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나쁜 골퍼로 변하게 한다. 이 외에도 부정적인 생각, 불신, 그리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 조급증 등이 나쁜 멘탈로 분류된다.

사실 골퍼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이상한 멘탈이다. 너무 자신에게 몰입하는 '자기애'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과도한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변질되고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생각, 즉 '자기애'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남은 무엇이든 잘못이고 나는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내로남불'식 자기애는 골퍼의 발목을 스스로 잡을 수도 있다. 자기애는 어떨 때는 골프 성적을 좋게 하는 효과를 주기도 하지만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밀어 넣는 부정적 역할도 할 수 있다. 팬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자신을 속일 수밖에 없는 '두 얼굴의 멘탈'을 지닌 선수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골퍼도 그런 유형 중 하나다. 프로골퍼는 어떠한 실수도 자신의 몫으로 해야 한다. 만약 갤러리 소음으로 샷을 잘못했다고 해도 그건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인 것이다. 좀 더 샷에 집중했다면 잡음이 귀에 들어올 여지가 없다.

김아림이나 쭈타누깐은 늘 웃는다. 분명 마음속 감정은 화를 내거나 울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걸 숨기고 겉으로는 웃는다. 셰익스피어의 명언 하나가 있다. "힘들 때 우는 건 삼류다. 힘들 때 참는 건 이류다. 하지만 힘들 때 웃는 건 일류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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