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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골프장]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파란 가을하늘에 `굿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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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골퍼들은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진 골프장을 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 풍요롭다. 세상의 시름은 복잡한 도시에 남겨 놓고, 호젓한 골프장을 찾아 자연의 정취를 만끽해 본다. 이맘때 골프장은 한 해 중 가장 눈부시다. 골퍼들은 단풍을 즐기려고, 가을 자연을 느끼기 위해 굳이 산이나 들을 찾을 필요도 없다. 골프장이 산이요, 골프장이 들이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더 라운드를 하고 싶어지는 때가 바로 지금이다. 청명한 가을 하늘, 바람에 흐느끼는 갈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든 단풍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 폭의 풍경화다. 가을 골프장, 어디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골퍼들을 흠뻑 취하게 할 '베스트 중 베스트'를 꼽아 봤다.

◆ 제주 나인브릿지(제주)

매일경제

제주 나인브릿지골프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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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골프장이 대부분 그렇듯 나인브릿지 역시 제주 천혜 자연의 혜택을 입은 곳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 이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인 더CJ컵을 유치하면서 이제는 '세계 속 명문 골프장'이 됐다. 옛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제주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했을 때 "어느 하나 기억에 남지 않는 홀이 없다. 홀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도전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훌륭한 코스"라고 칭찬한 바 있다.

기생 화산인 오름이나 한여름 폭우 때만 물길이 생긴다는 제주 특유의 건천(乾川)을 그대로 살려 '화산섬 제주'의 색깔을 고스란히 골프장에 담았다. 전 세계 65개국에 160개 이상 골프장을 만든 코스 설계가 로널드 프림은 코스 조성 당시 "스코틀랜드 기후나 풍토와 비슷한 점이 많은 제주도에 스코틀랜드식 코스를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나인브릿지 코스 곳곳에 골프 본고장 스코틀랜드에서나 볼 것 같은 항아리 벙커와 무성한 억새풀을 배치한 것은 그의 이런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 라비에벨(강원도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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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에벨 골프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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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에벨 올드코스 15번홀은 무척 인상 깊다. 흡사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 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풍경은 가장 한국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코스 설계가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정말 기발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특히 '가을의 라비에벨'은 형형색색 단풍과 코스모스 같은 가을 꽃이 어우러져 골퍼의 눈을 호강하게 한다. 프랑스어로 '인생은 아름답다'는 뜻인 '라비에벨(La Vie est Belle)'은 정말 가을에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2015년 4월 18홀 올드 코스를 먼저 선보인 라비에벨은 몇 년 후 18홀 듄스 코스를 추가 개장하면서 36홀 '명품 퍼블릭' 위용을 드러냈다. 클럽하우스도 2개로 운영된다. 두 클럽하우스 모두 이채롭다. 일단 올드 코스 클럽하우스는 골프장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한옥을 모티브로 했다. 반면 스코틀랜드풍 듄스 코스 클럽하우스는 마치 우주선을 연상하게 하듯 현대적이다. 인테리어 컬러는 화이트로 통일해 시각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보면 7개 홀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스코틀랜드 어느 골프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 더스타휴(경기 양평)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더스타휴 골프장(18홀)은 숨막히는 도시에서 쌓인 피로를 자연의 힘으로 치유할 수 있는 곳이다. 골프장 이름부터 열심히 일해 '성공한 당신(The Star)', 이곳에서 마음껏 '휴식(休)'을 취하라는 의미로 '더스타휴(The Star休 )'로 지었다. 골프라는 운동을 매개체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힐링 코스'가 바로 더스타휴인 것이다. 양평의 아름다운 드라이브길을 돌고 돌아 골프장에 도착하면 그 순간부터 골퍼는 도시와 완전히 단절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지만 골퍼는 강원도 산중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자연림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골프장을 삼림욕장으로 만든다. 골프장을 조성할 때 나무 1만그루를 새로 심었다고 하지만 심은 티가 전혀 나지 않고 주위 자연과 정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거칠지도 않고, 그렇다고 만만하지도 않은 코스를 돌다 보면 자연과 내가 마치 하나가 된 듯하다. 특히 파3인 5번홀에 이르면 잠시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마치 내가 무릉도원을 그린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 눈이 호사롭다. 물론 그런 기분에만 취해 있다면 그린 앞 해저드에 공이 빠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 가평 베네스트(경기 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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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베네스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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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는 가평 베네스트 골프장은 지독히 아름답다. 골프를 치다가 풍광에 빠져 샷이 안 된다고 핑계를 댈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가평 베네스트일 것이다. 마치 가을을 그린 풍경화 속에 빠져 있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특히 수려한 원시림 경관을 만끽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는 메이플 코스는 깊은 계곡과 어우러진 단풍나무가 일품이다.

가평 베네스트는 '자연을 조각해 놓은 코스'라고 스스로 자랑한다. 경기도 가평 개주산 자락에 위치한 골프장에서는 실제 자연의 품에 안겨 있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하늘에 맞닿은 듯한 산세는 골퍼가 깊은 산중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들게 한다. 사계절 자연의 다채로운 변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 가평 베네스트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을 가평베네스트'는 으뜸이라고 할 만하다. 단풍으로 가득한 먼 산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누군가 산에 불을 놓은 듯한 기분마저 든다.

◆ 힐데스하임(충북 제천)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충북 제천 힐데스하임 골프장에는 다른 코스에서는 찾을 수 없는 '보물'이 하나 있다. 스완 코스 6번홀 그린 근처에 위치한 '암반호수'다. 골프장을 지을 때 엄청난 암반이 나왔고 그 가운데 부분을 뚫어 물을 채웠다고 한다. 암반에 담긴 물은 마치 커다란 거울 같다. '창조적 파괴'로 탄생한 힐데스하임만의 보물인 셈이다. 스완·타이거·드래곤 등 3개 코스로 구성된 힐데스하임은 가을에는 모든 홀에서 억새를 볼 수 있어 '아름다운 골프장'으로 소문난 곳이다. 암반호수뿐 아니라 맑은 호수와 은빛 억새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홀마다 뚜렷한 특징이 있다. 스산한 가을, 바람에 스치는 갈대 소리가 듣고 싶다면 충북 제천에 위치한 힐데스하임이 제격이다.

◆ 베어크리크(경기 포천)

경기 포천시 운악산 정기를 머금은 베어크리크 골프클럽은 '퍼블릭은 코스나 서비스가 회원제에 비해 좋지 않다'는 편견을 깨뜨린 골프장이다. 2003년 개장 이후 친환경 코스로 정평이 나 있고 대표적인 코스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명품 퍼블릭 골프장이다. 최대한 인공을 배제한 채 국제 수준 코스로 꾸몄다. 베어(18홀)와 크리크(18홀) 두 개 코스 모두 페어웨이 폭과 길이가 넓고 길어서 편안하게 굿샷을 날릴 수 있다.

하지만 도전적이고 전략적 사고 없이는 결코 좋은 스코어를 내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14개 클럽을 모두 사용해야 할 만큼 홀 개성이 강해 단 한 번도 비슷한 코스와 마주치지 않는다. 레저신문이 2년마다 선정하는 '친환경 골프장 베스트 20'에서 매번 1위에 오르는 이유를 골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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