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신간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은 예리코에서 들라크루아, 마네, 세잔을 거쳐 마그리트와 올든버그, 하워드 호지킨까지 낭만주의부터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이야기 17편을 담았다.
소설가인 줄리언 반스는 눈 앞에 펼쳐진 그림을 두고 미술사학자도, 예술가의 관점도 아닌 오직 예술을 감상하는 사람으로서 작품의 배경이 된 사건과 그것이 그림이 되기까지의 과정, 그를 거쳐 간 손길과 화가의 삶을 조명한다. 여기에 정교한 상상력을 더해 리드미컬한 한 편의 드라마를 엮어냈다.
책은 무엇보다 쉽게 들을 수 없던 사소한 이야기들로 시작한다.
낭만주의의 대가 들라크루아는 고루하고 성실한 금욕주의자였고, 사실주의 대가 쿠르베는 모든 프랑스 여자가 자신을 택할 거라고 자신만만해하다 퇴짜만 맞은 나르시시스트였다는 에피소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드가는 여성을 혐오한다는 오해를 받았지만, 보나르는 한 여인의 그림을 385점이나 그린 지독한 사랑의 상징이었다고 반스는 적었다. 타고난 천재 같기만 한 피카소가 사실은 차분한 단짝이었던 브라크를 평생 질투했던 일, 모델에게 끊임없이 움직이라고 했던 마네와 사과처럼 가만히 있으라 했던 세잔….
반스의 필력을 통해 모든 토막 에피소드가 긴 호흡의 드라마로 다시 태어났다. 그의 첫 예술 에세이는 뻔한 비평 대신, 이처럼 그림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돕는다.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
'첫 예술 에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사실 줄리언 반스는 1989년부터 2013년까지 25년간 다양한 예술 잡지에 관련 글을 기고해왔다. 이번 책도 이들 중 주목할 만한 글을 선별해 엮은 것이다.
반스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온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자주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지도 알 것이다. '레몬 테이블' 속 소설가 투르게네프와 작곡가 시벨리우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의 배우 사라 베르나르와 사진작가 나달이 그렇다.
그는 예술에 대한 오랜 관심과 깊은 애정으로 이렇게 일갈했다. "예술의 미덕이나 진실성은 개인의 미덕이나 진실성과는 별개다. 그러나 거짓을 말하고 속임수를 쓰는 작품은 화가가 살아 있는 동안에야 무사할지 몰라도 결국은 들통난다."
다산책방, 424쪽, 1만8천원.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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