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연극교류위, 백남룡 '벗'·최련 '바다를 푸르게 하라' 각색
이해성 연출 "北 소설서 모르는 단어 스무개도 안 돼…흡사한 정서도 많아"
북한소설 세미나 '경계를 넘은 소설, 교류와 전망' |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북한 대표 작가 백남룡의 '벗'과 최련의 '바다를 푸르게 하라'가 우리 낭독극으로 재탄생한다.
내년에는 정식 공연으로 국내 무대에 올리고,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에서 공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한다.
남북연극교류위원회는 7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경계를 넘은 소설, 교류와 전망' 세미나를 열고 이런 내용의 남북 연극교류 계획을 논의했다.
남북연극교류위원회는 2000년 8월 발족한 '남북연극교류특별위원회', 2003년 발족한 '서울평양연극제' 등 과거 남북한 연극인의 교류를 추진한 단체의 맥을 잇는 조직이다.
서울연극협회가 2017년 12월 남북연극인교류추진위원회를 발족한 뒤 여러 차례 세미나를 열어 지난해 남북연극교류위원회로 전환했다. 이후 '리순신 장군' 등 북한 희곡과 '인심 좋은 작업반장' 등 북한 만담을 낭독공연 형식으로 재해석해왔다.
남북연극교류위원회는 오는 12월 백남룡의 '벗'과 최련의 '바다를 푸르게 하라'를 낭독극 형식으로 공연한다. 남북연극교류위원장을 맡은 극단 고래의 이해성 연출이 '벗'을, 극단 동녘의 양효윤 연출이 '바다를 푸르게 하라'를 각각 각색·연출한다.
1988년 발표된 '벗'은 예술단 성악배우 채순희가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을 둘러싼 가정법원 판사의 고민을 녹여낸 중장편 소설이다. 2004년 발간된 단편 '바다를 푸르게 하라'는 여성 과학자 채영현을 통해 사회주의적 개발 담론과 바다 생태계 보전 사이 딜레마를 섬세하게 그렸다.
이해성 연출은 두 작품을 고른 데 대해 "남북 언어가 엄청나게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들을 읽다 보니 모르는 단어가 채 스무 개도 되지 않았다. 아직 '말'은 살아 있었다"며 "우리 정서와 흡사한 부분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념 갈등이 부각되는 작품을 공연해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키기보다, 남북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무대에 올려 남북 교류를 이어가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어제 (스웨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하기보다는, 국제정세와 상관없이 연극을 통해 북한을 이해하고 만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겠다"며 "내년에는 정식 공연을 추진하고 훗날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 공연도 염두에 둔다"고 덧붙였다.
발제자로 참석한 김성수 성균관대 교수는 "남북 교류가 70년간 막혀 있었는데도 통역과 번역 없이 소통된다는 게 놀라운 일"이라며 "특히 '벗'은 평양도 우리처럼 평범하게 사랑하고 싸우는 곳이라는 걸 보여준다. 우리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북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각색의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세미나는 남북연극교류운영위원회와 극단 뾰족한 상상들이 주최·주관했다. 서울연극협회, 통일맞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문예본부, 한국극작가협회 등이 후원했다.
세미나 듣는 이해성 위원장 |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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