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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조국 내전으로 두 쪽 난 광장…갈등 조정할 정치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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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화되는 광장 ◆

매일경제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 인근에 설치된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제8차 검찰개혁 촛불 문화제(위)`와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요구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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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과 '조국 법무부 장관 지지'를 주장하는 서초동 거리 집회와 '조국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광화문광장 집회 대결 양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100만 받고 100만 더' 하며 판을 키우는 도박판처럼 진보와 보수가 세력 대결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월 28일 서초동, 10월 3일 광화문광장, 5일 서초동에 이어 두 진영의 세 대결 거리 집회는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집회가 연일 지속되면서 정치 선동을 통한 국론 분열 우려도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논란의 진원지' 격인 정치권은 이 같은 갈등을 조정할 능력은 물론이고 의지조차 없다는 점이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거리' 와 '광장' 세 대결에 잔뜩 고무돼 있기 때문이다.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각 정당에는 거리 집회를 통한 지지세력 결집이 전혀 나쁠 이유가 없다.

민주당은 '조국 사태' 이후 수세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달 28일 서초동 집회 이후 공세적으로 돌아섰다. 당내 검찰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검찰개혁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을 뿐만 아니라 피의사실 유포 등 혐의로 검찰을 고발조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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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정치'를 진보 진영 전유물로 생각해 왔던 한국당도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에 잔뜩 고무된 모습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집회 현장에서 "저쪽이 200만명이라면 우리는 2000만명"이라고 외친 것에서 그런 자신감이 느껴졌다.

실제로 두 정당은 거리와 광장의 세 대결 분위기를 내년 4월 총선까지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한국당 중진 의원은 "조국 장관 지명 전까지만 해도 황교안 대표가 몇 차례 설화로 리더십 위기를 겪었으나 조 장관이 황 대표를 살렸다"며 "한국당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했기 때문에 황 대표는 이 분위기를 총선까지 끌고 가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 민주당 의원도 "솔직히 민주당만으로 검찰개혁을 이끌 수 없었다"며 "검찰개혁이라는 여론 요구를 확인한 만큼 이를 명분으로 개혁을 이루고 이 성적표를 총선에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각 정당의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할 경우 자칫 세 대결 거리 집회가 내년 총선까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례적으로 "분열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 선동의 정치도 위험선에 다다랐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도 정치권이 정치적 목적으로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회는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며 "촛불민주주의가 지향한 가치들이 그 이후에 정치과정 속에서 녹아들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수사 과정과 사법 판결 결과도 보수·진보 진영 거리 집회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이 조국 장관 가족과 관련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고 유죄를 이끌어 낸다고 해도 진보 진영이 이를 수긍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조국 장관 가족에 대한 유죄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 보수 진영도 이를 봐주기 수사·판결로 간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국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비공개 소환에 대해서도 보수 진영은 이미 '황제 소환'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 양상은 집회 장소, 구성원, 주장 등 여러 측면에서 대조적이다.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진보 진영 시민들이 운집하는 서초동 집회는 '단체 주도'보다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라는 단체가 집회를 주최하지만 말 그대로 행사만 진행할 뿐 참여자를 모집하거나 동원하지는 않는다.

민주당 의원들도 참여하고 있지만 당 차원 참여가 아니라 개별적인 참여다. 당내에서는 오히려 '시민들의 자발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참여를 자제하는 목소리가 높다. 광화문 집회는 보수 기독교 단체 등이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당도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일 광화문 집회에 한국당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버스로 지지자들을 데리고 참여하기도 했다. '조국사태'로 세대 대결 경계선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서초동과 광화문은 세대 대결 양상도 띠고 있다. 광화문을 메운 주류는 60대 이상이고 서초동 집회 주력은 3040세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홍성용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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