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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조국 관련 증인 채택 싸움이 된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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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0월 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증인 채택 관련 의사진행발언 요청에 안민석 위원장이 거부하자 퇴장, 좌석이 비어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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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기업의 대관 직원들만 좋게 됐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를 지켜보는 민주당 한 의원 측의 이야기다. 대관 직원이란 기업의 대외관리협력팀에 속해 국회 관련 일을 맡는 사람을 말한다. 이 의원 측은 “대관 직원들에게 1년 농사는 국감에 오너가 증인이 채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올해 국감은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증인을 놓고 싸움을 벌이느라 재벌기업의 오너는 증인으로 거의 채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한 의원 측은 “올해 국감 증인 채택과정을 보면 조국 장관 관련 증인 때문에 예년과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인 올해 국감의 증인 채택은 온통 조국 장관에게만 쏠렸다. 국감을 지휘하는 여야의 원내지도부는 유독 조국 관련 증인 채택에 관해서는 각 당의 간사에게 긴밀한 협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감 증인을 채택하려면 각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증인으로 요구하는 명단을 각 당 간사가 취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여야 간사가 협상을 거쳐 증인 채택에 합의한다. 대부분 야당이 많은 수의 증인을 요구하고, 여당이 가급적 필요한 인원의 증인만 수용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진다. 이렇게 채택된 증인에게는 해당 국감이 열리기 일주일 전에 출석요구서가 송달된다.

‘조국 국감’이냐 ‘민생 국감’이냐

자유한국당은 올해 국감에서 조국 장관 의혹을 밝힐 수 있는 증인 채택에 집중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 측은 “조국 장관 의혹에 관한 증인 채택은 원내지도부와 각 상임위 간사 간에 사전협의를 통해 어느 상임위에서는 누구를 부르고, 어느 상임위에서는 누구를 부르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문체위의 한 한국당 의원은 “여러 증인은 놔두고 딱 한 명만 부르는 것으로 사전에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요구한 1명의 증인은 문경란 문체부 스포츠혁신위원장이었다. 문 위원장은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의 부인이다. 한국당은 스포츠 혁신 문제를 따지려고 문 위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한다고 설명했으나, 민주당은 조국 장관 의혹을 이슈화하려는 것으로 여겨 국감 증인에 합의하지 않았다. 10월 2일 첫 국감에서는 증인 채택 논란이 계속돼 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바람에 반쪽 국감이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관련 증인 채택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나갔다. ‘조국 국감’으로 변질되지 않고 ‘민생 국감’을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일부 상임위에서는 격론 끝에 증인 채택 합의를 하지 못한 채 10월 2일부터 국감에 들어갔다. 민주당이 조국 관련 증인의 채택이 과도하다고 반대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정무위는 10월 2일 첫날 국감을 마치고 나서야 증인 채택에 합의했다. 조국 장관의 사모펀드와 관련된 증인이 일부 포함됐다.

하지만 기재위 등 증인 채택에 합의하지 못한 몇몇 상임위는 국감장에서도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10월 21일 국감 마지막 날을 역산하면 일주일 전에 여야가 합의하면 국감 증인을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각 부처의 종합감사가 국감 막바지에 있는 만큼 그때 증인이 출석해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인 한국당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국감 증인 없이 국감을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증인을 한 명도 정하지 않은 채 국감을 한다는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과방위와 행정안전위, 보건복지위, 국방위 등 일부 상임위는 여야 간사가 합의해 국감에 들어갔다. 과방위에는 조국 장관의 사모펀드 투자사인 피앤피플러스 대표이사와 사업부문 총괄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피앤피플러스는 버스 공공와이파이 사업에 입찰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특혜의혹이 일었다.

과방위의 민주당 간사인 김성수 의원 측은 “와이파이 사업과 관련해 과방위를 비롯해 정무위, 기재위, 행안위, 국토위 등에서 증인 채택 요구가 있었다고 알고 있다”면서 “다른 상임위에는 출석하지 않고 과방위에서만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을 조건으로 당 원내지도부와 사전 협의한 뒤 여야 간 합의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국 장관 관련 증인 채택에 대해서는 원내지도부와 사전에 상의를 했다는 것이다. 피앤피플러스 관련 증인은 10월 2일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피앤피플러스 측은 ‘출석통지서’를 송달받지 못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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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이사가 10월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네이버 실검 순위와 관련한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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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오너 증인 적어 재벌만 희색

한국당이 조국 관련 증인 채택에 ‘올인’하면서 재벌기업의 증인 채택은 눈에 띄게 줄었다. 여야 보좌진은 지난해 국감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의 한 의원 측은 “기업 관련 증인은 오너가 아닌 실무자급을 출석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 측은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야당 역시 기업 오너를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위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관심을 모았다. ‘복지위 일반증인 신청현황’에 의하면 한국당 이명수 의원이 ‘롯데그룹 내 롯데푸드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및 식품 관련 업체의 위생문제, 소비자 고발, 민원 등에 관한 문제’로 증인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대상 기관은 ‘식품의약품안전처’였고 10월 7일 국감에 출석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경향신문>은 10월 3일 ‘한국당 이명수 의원이 신 회장 국감 소환을 압박하며 롯데가 식품 관련 업체 대표에게 억대의 합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언급된 식품 관련 업체는 이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아산에 있다. 민주당의 복지위 관계자는 “한국당 쪽에서 증인 채택을 하며 나중에 빠질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한 의원 측은 “예전에는 국감 증인 채택을 하면서 기업 오너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해놓고 선심을 쓰는 척하면서 빼주는 구태가 있었다”면서 “지금은 이런 것이 아예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각 의원실에서 기업 오너들을 무더기로 증인 신청해놓고, 나중에 기업에서 여러 연줄로 부탁할 경우 빼주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토위에서는 증인 신청 명단이 사전에 흘러나가 재벌기업에 알려지는 바람에 논란이 됐다. 이 명단에는 누가 증인 신청을 했는지 나와 있었다. 이 때문인지 올해 국토위 국감의 증인 신청 명단은 밖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한 의원 측은 “증인이 채택될 때까지는 절대로 공개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외국 회사들의 한국법인 대표 외국인도 올해 국감 증인 명단에서 거의 사라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증인 출석 요구서를 송달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난 국감에서는 통역에 시간만 뺏겼다”면서 “등기상의 대표가 아니라 국내영업을 총괄하는 실제 책임자를 부르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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