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씨(56)가 모방범죄로 밝혀진 8차 사건까지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이씨의 주장이 맞다면 화성사건으로 포괄적으로 분류됐던 10건의 살인사건은 모두 이씨가 저질렀다는 얘기가 돼 그의 진술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이씨가 기왕에 자백하는 김에 허세를 부렸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당시 8차 사건 수사가 부실했을 가능성 가운데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이씨가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4∼27일까지 부산교도소에서 이뤄진 대면 조사에서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까지 모두 14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주택에서 박모양(13)이 숨진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이듬해인 1989년 7월25일 윤모씨(22)가 범인으로 검거돼 처벌까지 됐다.
경찰은 이씨가 모방범죄로 밝혀지고 범인까지 검거된 사건마저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이씨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 아무리 과거 자신의 범죄 행각을 털어놓는다고 하더라고 이미 범인이 잡혀 처벌까지 된 사건을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할 상식적인 이유가 없어서다. 일각에서는 이씨의 이런 주장은 자신을 화성사건 용의자로 특정한 경찰의 과거 수사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리기 위한 수싸움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언론은 지난 2일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의 브리핑 내용을 토대로 이씨가 화성사건 가운데 8차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9차례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일제히 보도했으나, 경찰은 당시에는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애초부터 이른바 8차 사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9건을 화성사건으로 봤기 때문에 화성사건에 더해 추가로 5건의 살인을 저질렀다는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동성 기자 est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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