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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홍콩 행정장관, '긴급법' 발동해 복면금지법 시행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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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계엄령' 해당…경찰 실탄 맞은 고교생은 '폭동죄' 기소

건국 70주년 국경절 끝나자 시위대에 총공세 펴는 듯

국제사회 강력 비판…美,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 의결 예상

연합뉴스

가면을 쓰고 시위에 참여한 홍콩 시위자
AP통신=연합뉴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1일 국경절 시위 때 경찰이 쏜 실탄에 고등학생이 맞은 사건으로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홍콩 정부가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을 시행할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SCMP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4일 실질적인 내각인 행정회의를 소집해 복면금지법 시행을 결의, 공포할 방침이다.

한 소식통은 "복면금지법이 결의되면 다음 주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시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면금지법은 공공집회나 시위 때 가면, 마스크 등을 금지하는 법으로,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미국과 유럽의 15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복면금지법 시행은 캐리 람 행정장관이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발동해 시행할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1922년 제정된 긴급법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행정장관이 홍콩 의회인 입법회 승인 없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법규이다.

긴급법이 적용되면 행정장관은 체포, 구금, 추방, 압수수색, 교통·운수 통제, 재산 몰수, 검열, 출판·통신 금지 등에 있어 무소불위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비상대권'을 부여받는다.

행정장관은 이러한 비상조치를 어겼을 때 처벌도 정할 수 있으며, 그 처벌은 종신형까지 가능하다. 사실상 계엄령에 가깝다.

행정장관에게 부여되는 비상대권의 수준이 이처럼 막강하기 때문에 홍콩 역사에서 긴급법이 적용된 것은 1967년 7월 반영(反英)폭동 때 단 한 번뿐이다.

최근 들어 홍콩 내 최대 친중파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 홍콩 최대 친중파 노조 조직인 홍콩공회연합회, 3만1천 명 홍콩 경찰의 80%를 대표하는 홍콩경찰대원협회 등은 경찰의 힘만으로 시위를 막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 야간 통행금지 등을 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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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쏜 실탄에 쓰러진 홍콩 시위대
(홍콩 로이터/소셜미디어캡처=연합뉴스)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인 1일 홍콩에서 벌어진 시위 도중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쓰러져 있다. leekm@yna.co.kr



이날 홍콩 경찰은 지난 1일 국경절 시위 때 경찰이 쏜 실탄에 맞은 고등학생 청즈젠을 폭동과 경찰 공격 혐의로 기소했다고 SCMP는 전했다.

홍콩에서 폭동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1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국경절 시위 때 홍콩 췬완 지역에서는 경찰에 쇠막대기를 휘두르던 시위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등학교 2학년의 18세 남학생 청즈젠으로 확인된 이 시위자는 병원에서 탄환 적출 수술을 받았다.

청즈젠은 수술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이날 사틴 법원에서 열린 심리에 나올 수 없었다.

홍콩 경찰은 청즈젠을 포함해 18∼38세 시위 참여자 7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했다

국경절 시위로 인해 체포된 사람은 269명으로,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 시작 후 하루 기준으로 최다 체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93명은 학생이었다.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발생한 국경절 시위 때 발사된 최루탄은 1천400발, 고무탄은 900발, 스펀지탄은 230발,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은 190발이었다. 이 또한 사상 최대이다.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이 지나자마자 긴급법 발동이 거론되고, 피격 고등학생이 폭동죄로 기소된 것은 이제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가 시위대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는 것을 뜻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건국 70주년 국경절에 사상 최대의 열병식을 거행하면서 신중국 70년의 발전을 과시하려고 했으나, 홍콩 고등학생 피격 사건으로 전 세계의 비난 여론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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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 발사' 그림 든 홍콩 시위 지지자
(홍콩 AP=연합뉴스) 2일 홍콩에서 반정부 시위 지지자가 전날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진압 도중 권총을 든 경찰이 한 시위자의 가슴에 실탄을 발사하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을 들고 있다. bulls@yna.co.kr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의 총공세가 성공할지는 미지수이다.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홍콩 시위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중국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강경책은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의 미국 의회 통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고,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한 데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이 법안은 이달 중순 미국 의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등에 소속된 공화당 의원 21명은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홍콩 경찰과 중국 중앙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자유와 자치를 쟁취하려는 용감한 홍콩 시민들은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폭력적인 억압은 용납될 수 없으며, 전 세계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을 '외세의 개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홍콩 주재 중국 외교부 사무소는 "2017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는 경찰의 총기 사용으로 1천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며 "홍콩 경찰의 총격은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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