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서울대 교수 '중국의 엘리트 정치' 출간
"中 정치체제, 일인지배→원로지배→집단지도 변화"
중국 건국 70주년 장쩌민·후진타오와 함께 선 시진핑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중국몽(中國夢). 2012년 권력을 잡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뤄내자며 제시한 표어다. 그는 지난 1일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도 중국몽을 언급했다.
중국몽은 먹고사는 데 걱정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전면적 소강(小康)사회 완성'과 비교하면 거창하고 담대하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소강사회 달성을 위해 첫 번째 개혁을 추진했다면, 시진핑은 중국몽을 목표로 '제2의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시 주석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달리 비교적 강한 리더십을 발휘 중이라는 점에서 집권 10년째인 2022년에 어떤 선택을 할지 일찍부터 관심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시진핑이 권력을 후대에 넘겨주지 않고 장기 독재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중국 통치체제와 현대 정치사를 연구하는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신간 '중국의 엘리트 정치: 마오쩌둥에서 시진핑까지'에서 "당상 황제였던 마오쩌둥(毛澤東)과 달리 당내 지도자에 불과한 시진핑이 일인지배로 역행하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시진핑이 마오쩌둥처럼 '충분한 권위'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만일 권위를 가지려고 과도한 정책을 추진했다가는 국내외에서 강한 반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현대 중국 정치가 엘리트 중심으로 이뤄진다면서 마오쩌둥 시대의 일인지배, 덩샤오핑이 이끈 원로지배, 장쩌민(江澤民) 이후 집단지도라는 세 단계를 거쳤다고 분석한다. 시진핑 역시 일인지배가 아닌 집단지도를 수행한다.
그렇다면 중국 정치에서 엘리트는 누구일까. 그는 약 25명으로 구성되는 중앙 정치국을 지목한다. 정치국 우두머리는 공산당 주석 혹은 총서기가 맡는다. 5대 권력 기구 현직 최고 지도자가 이름을 올린 상무위원회, 중앙 서기처, 중앙 군사위원회, 4대 직할시와 중요 성급 단위 당 서기도 정치국원이 된다. 이들은 권력 운영과 승계, 공고화 등을 논의한다.
지금은 중앙 정치국이 정계를 좌우하지만, 1949년 중국 건국 이후 상당 기간은 마오쩌둥이 다른 엘리트를 사실상 지배했다. 그는 사회주의 혁명을 완성한 주인공이자 건국의 아버지로서 권력을 독점했다.
저자는 "마오쩌둥은 압도적 지위를 이용해 주요 문제를 독자적으로 결정했고, 다른 사람은 마오를 추종했다"며 "일부 학자들은 중국 역사에서 위안스카이가 아닌 마오쩌둥이 최후의 황제였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한다.
마오쩌둥이 1976년 사망한 뒤 중국 정치에서는 덩샤오핑이 부상한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마오쩌둥과 달리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없어서 천윈(陳雲)과 같은 혁명 원로와 현안을 논의해야 했다.
저자는 덩샤오핑은 공식 정치의 지도자에게는 절대 권력자였지만, 혁명 원로 사이에서는 '맏형' 정도의 지위에 있었다고 본다. 그러면서 혁명 원로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비공식 정치'를 한 점이 집단지도와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덩샤오핑 시대 원로지배는 사회주의 혁명에 참여한 원로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막을 내린다. 이후에는 복수의 정치 지도자와 정치 세력이 권력을 나누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치하는 집단지도 체제가 자리 잡았다.
다만 저자는 집단지도 또한 권력 집중도에 따라 분권형(分權型)과 집권형(集權型)으로 구분할 수 있다면서 장쩌민 집권 2기와 시진핑 집권 시기는 주석이 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집권형 집단지도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그는 "시진핑은 집권 초기부터 기존 파벌 체제를 타파하고, 자신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유능한 사람을 등용해 권력 기반을 강화했다"며 "공산당의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해결하기 위해 정풍 운동과 부패 척결 운동을 추진해 통치 엘리트와 국민에게서 지지를 받았다"고 말한다.
이어 시진핑이 자신의 이름을 딴 지도 이념인 '시진핑 사상'을 당헌에 삽입했는데,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주요 사상과 달리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아우르는 점이 특징이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시진핑이 이전 집단지도 권력자들보다 두드러진 행보를 보였음에도 마오쩌둥 같은 '압도적 권위'는 없기에 일인지배로의 회귀는 힘들다는 것이 저자 생각이다.
그러나 그는 2022년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이 중앙군위 주석과 국가 주석을 계속 맡고 공산당 총서기와 국무원 총리만 다음 세대 지도자에게 이양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현재로선 시진핑이 집단지도의 최고 지도자로 남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민음사. 700쪽. 3만원.
psh5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