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2주째 장기화되며 외식업계 타격 줄이어
삼겹살집·한식집 소비자 발길 뚝
돈육 수입량 역시 줄어들어 자영업자 우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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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지난 주말부터 심각할 정도로 손님이 뚝 끊겼습니다. 반나절 동안 홀 테이블 전체를 한 번도 채우지 못한 적은 수 년 장사하는 동안 처음입니다." (경기도 포천에서 삼겹살 전문점을 운영하는 권택락(가명ㆍ52)씨)
지난달 17일 국내 최초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가 2주째 장기화되며 외식업계가 본격적인 타격을 호소하고 있다. 돈육 도매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 마진이 급감한 데다 불안 심리로 소비자들의 발길마저 끊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경기도 파주 돼지 농가에서 ASF가 10번째 확진 판정을 받으며 향후 돼지고기 가격과 소비도 더욱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각 대형마트의 돈육 매출이 감소한 것은 물론 돼지고기 전문점, 돼지고기 메뉴 등을 판매하는 한식집 자영업자들은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숯불삼겹살 가게를 운영하는 오미순(가명ㆍ60)씨는 "매일 점심 돼지김치찌개 장사로 20만~30만원 매출은 올렸었는데 최근에는 10팀 중 9팀이 옆 식당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사태가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내방객 수가 늘었다 해도 원재료값 상승으로 마진이 남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자영업자들도 다수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주요 농산물 일일도매가격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돼지고기 1㎏ 지육 가격은 4584원으로 평년 4164원 대비 10.1% 상승했다. ASF가 10번째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사태가 장기화되며 돈육 도매 가격은 쉽게 안정을 찾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축산관측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달 돼지 등급판정 마릿수는 158~161만마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만마리 이상 줄었다.
돼지부속 막창이나 껍데기를 파는 음식점주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막창 전문점 창업을 앞둔 오민석(가명ㆍ29)씨는 "오는 10일 가게 오픈을 앞두고 권리금, 계약금을 지급하자마자 ASF 사태가 번지기 시작해 업종 변경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며 "인근에서 가족이 운영하는 막창집은 현재 국내산 막창 공급이 안돼 가게를 며칠째 쉬고 있는 판국"이라고 털어놨다.
국내산 대신 수입산 돼지고기를 판매 중인 음식점을 찾는 소비자들도 있다. 전남 광주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인 이지훈(35)씨는 "대학가 앞에서 수입 냉동육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 중인데, ASF 사태 이후 손님이 다소 늘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돼지고기 수입량 역시 국제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올해 1∼8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31만3327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만927t보다 4.8% 감소했다. 지난달 미국과 유럽연합(EU)의 1㎏당 돼지고기 지육 가격은 지난해보다 각각 3.2%, 23.2% 상승한 1.59달러(한화 약1908원), 1.84 유로(한화 약 2414원)로 조사됐다.
한편 ASF는 현재까지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17일 확진)과 경기 연천군 백학면(18일 확진), 경기 김포시 통진읍(23일 확진), 파주시 적성면(24일 확진), 인천 강화군 송해면(24일 확진), 강화군 불은면(25일 확진), 강화군 삼산면(26일 확진), 강화군 강화읍(26일 확진), 강화군 하점면(27일 확진),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2일 확진) 등 10곳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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