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일본 주요 통신사에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공급하며 30조 원 규모의 일본 5G 장비 시장에 진출한다.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공을 들여온 5G 장비 시장 공략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냉각된 한일관계 속에서도 기업간 협력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일본 2위 통신사인 KDDI에 2024년까지 5G 기지국 장비를 공급하기로 하고 최근 공급을 시작했다. 수주 금액은 20억 달러(2조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DDI는 삼성전자 뿐 아니라 에릭슨, 노키아도 5G 기지국 공급사로 정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일본 주요 통신사들은 내년 도쿄 올림픽 전에 5G 서비스를 상용화하기위해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며 “일본을 시작으로 호주 유럽 등 글로벌 5G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라고 밝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라쿠텐모바일 등 4개 통신사는 내년부터 5G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로 향후 5년간 5G 인프라 확충에 총 3조 엔(33조33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삼성은 막 오른 일본의 5G 장비 수주전에 지난해부터 공을 들여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5월 NTT도코모와 KDDI 경영진을 만난데 이어 올해 5월에도 일본을 방문해 양대 통신사 경영진과 5G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이 일본의 5G 시장에 공을 들여온 것은 ‘2020년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기 위해서 일본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8월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장부품과 더불어 5G 통신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제시하고 3년 간 25조 원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경영에 복귀한 뒤 6개월 동안 유럽, 캐나다 등 해외 현장을 다닌 후 직접 제시한 미래 비전이다.
이 부회장의 올해 1월 첫 공식 일정도 5G였다. 이 부회장은 당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5G 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해 기술혁신을 강조했다. 까다로운 일본 통신사로부터 계약을 따낸 것도 이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일본 통신업계 인맥을 다져온 것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이후 올해 3월까지 글로벌 5G 장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7%로 1위를 기록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KDDI 수주는 이 부회장이 제시한 ‘미래 먹거리 발굴 비전’에 따라 회사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최근 한일간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기업간 협력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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