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양돈 농가 곳곳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이어져 전국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이 연장 발효 중인 26일 오후 강원 춘천시 한 양돈 농장에서 돼지들이 서로 몸을 부대끼고 있다. 해당 사진은 차단 방역선 밖에서 망원 렌즈로 촬영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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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양돈 지역인 충남 홍성군에서 29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확진 판정이 내려질 경우 홍성군을 비롯해 국내 사육 돼지의 5분의 1을 책임지고 있는 충남 일대가 막대한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인천ㆍ경기ㆍ강원으로 이어지는 정부의 ‘방역 마지노선’이 돼지열병 국내 상륙 12일 만에 무너지게 된다. 특히 수많은 차량이 드나드는 도축장에서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서 이미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졌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9일 오전 충남 홍성군 광천읍의 한 도축장에서 돼지 19마리가 동시에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충남도에 따르면 폐사한 돼지들은 전날 오후 홍성군 장곡면의 양돈농장에서 출하된 돼지 88마리 중 일부로, 부검 결과 네 마리에서 비장종대, 청색증 등 돼지열병과 유사한 증상이 발견됐다. 장곡면 농장은 전국 돼지농장에 내려진 이동중지명령이 전날 정오를 기해 풀린 직후 돼지들을 도축장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은 해당 도축장의 도축과 축산물 출하를 금지하는 등 긴급방역 조치를 취하는 한편, 폐사한 돼지 시료를 채취해 경북 김천시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만약 홍성군 도축장이 확진 판정을 받는다면 정부가 설정한 방역라인이 이미 뚫렸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는 경기 파주시에서 국내 최초 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나온 17일 6개 시군(파주 연천 김포 포천 동두천 철원)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설정한 뒤, 24일 인천 강화군에서 의심 신고가 들어오자 범위를 경기ㆍ인천ㆍ강원으로 확대했다. 돼지열병의 잠복기가 4~19일이라는 점에서 충남을 포함한 중점관리지역 바깥으로 이미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 충남을 기점으로 전국으로 퍼져나갈 가능성 모두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홍성군은 전국에서 축산단지가 가장 밀집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성군은 전국 단일 시군으로 가장 많은 돼지 51만5,000마리를 사육하는 지역이다. 충남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국내 사육 돼지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230만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번에 폐사 돼지들을 출하한 장곡면 돼지농장 반경 500m 내에 12개 농가, 돼지 3만4,000마리가 있을 정도다. 정부가 최근 살처분 결정을 내린 인천 강화군 내 모든 돼지 3만8,001마리와 비슷한 규모다.
농장이 아닌 도축장에서 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는 점도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일반 농장에 비해 도축장을 드나드는 차량이 훨씬 많을 뿐 아니라,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들어있는 혈액에 의한 전염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정현규 한수양돈연구소 대표는 “돼지열병에 걸린 돼지의 혈액이 다른 돼지에 묻으면 바이러스가 충분이 전염될 수 있다”면서 “100㎏ 무게의 돼지 한 마리의 혈액 속 바이러스는 전국에 있는 모든 돼지를 감염시킬 만한 양”이라고 설명했다.
충남 지역 양돈 농가들은 돼지열병 의심신고 소식에 노심초사하면서도 신고 직후 이뤄진 부검에서 질식사 가능성이 제기된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상락 충남양돈협회장은 “날씨가 더운 데다 돼지열병에 따른 이동중지 조치로 한꺼번에 많은 돼지가 출하되면서 스트레스, 질식 등으로 폐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밀검사가 진행 중인 홍성군 도축장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곳은 △경기 파주시 2곳 △연천군 1곳 △김포시 1곳 △인천 강화군 5곳 등 총 9곳이다. 전날 경기 양주시 소재 농장 2곳에서 들어왔던 의심 신고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홍성군의 정밀검사 결과를 신중하게 기다리는 한편 추가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축산관련 차량들이 거점소독시설을 들러 꼼꼼히 소독을 받은 후 소독 필증을 받아 농가에 갈 수 있도록 하라”며 “태풍 미탁이 영향을 주기 전에 파주시는 살처분을 마무리하고, 강화군은 특별 관리를 해달라”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홍성=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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