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가 단체 "문화를 죽이지 말라"
지난달 3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서 열리고 있는 ‘표현의 부자유전ㆍ그 후’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 손에 '표현의 부자유전' 팸플릿이 들려있다. 나고야=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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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가 단체인 리프리덤아이치가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했던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한 철회를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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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한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일본 문화청 결정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과거사 등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불편해할 내용의 예술행사에 대한 보복으로써 사실상 ‘검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예술작가 단체인 리프리덤아이치(Refreedom AICHI)는 26일 일본 정부의 보조금 지급 중단 발표 이후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www.change.org)에 “문화청은 문화를 죽이지 말라”며 정부 방침의 철회를 촉구했다. 청원 시작 사흘 만인 29일 오전 기준 8만7,000여명이 동참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리프리덤아이치는 “채택된 보조금의 위법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가 철회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문화청은 이를 ‘(전시) 내용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많은 국민은 이를 국가에 의한 검열로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향후 공적 자금이 투입된 모든 문화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라며 “국제적으로 문화선진국 일본의 이미지 실추되고 아베 정부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입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화청은 지난 4월 아이치 트리엔날레를 국가 보조금 사업으로 채택, 총 7,800만엔(약 8억6,000만원)의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그러나 행사의 일부인 ‘표현의 부자유전ㆍ그 후’ 기획전에 출품된 소녀상과 쇼와(昭和) 일왕의 초상이 불태워지는 작품을 겨냥한 극우세력들의 테러 위협과 철거 요구로 개막 3일 만에 해당 전시가 중단됐다. 문화청은 이를 계기로 보조금 교부를 재검토한 결과, 주최 측이 안전 문제나 원활한 운영을 저해할 중대한 사실을 인식하고서도 신고하지 않았다며 보조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당초 결정된 보조금 중 전시가 중단된 ‘표현의 부자유전ㆍ그 후’에 지출된 예산은 420만엔에 불과한 만큼, 전액 취소는 부적절하다는 게 리프리덤아이치 측 주장이다.
더욱이 정부가 지적한 안전 우려는 소녀상 등 전시에 대한 극우 언론과 정치인들의 선동에 따른 극우 세력의 협박이 원인이었다. 이처럼 협박에 의한 전시 중단을 이유로 정부가 보조금을 취소하는 전례를 남길 경우 정부가 협박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셈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는 표현의 자유 침해일 뿐 아니라 향후 돈줄을 쥐고 있는 정부에 대해 행사 주최 측의 손타쿠(忖度ㆍ윗사람의 뜻에 따라 스스로 행동함)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문필가인 우치다 다쓰루(内田樹)는 “문부과학성이 문화활동에 대한 보조금지급 여부를 ‘정권에 대한 충성도’를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라 선언했다고 이해한다”고 비판했고, 다큐멘터리 작가인 소다 가즈히로(想田和弘)는 “아베 정권은 일본에 표현의 자유가 필요 없다고 결정한 것 같다”고 일갈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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