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언젠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하겠지만 적어도 아직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도 총을 잡으면 가슴이 뛰는걸요. 저는 총을 잡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지난 24일 만난 한국 사격의 간판스타 진종오 선수(40·서울시청)가 은퇴 시기를 묻자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2020년 도쿄올림픽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진 선수는 오는 10월 4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를 앞두고 막바지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제76회 전국체전을 시작으로 20여 년을 전국체전에 출전한 그는 이번에는 성화 봉송 주자로도 뛴다. 진 선수는 "전국체전에 선수로만 참가해봤고 성화 봉송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며 "올림픽공원 인근에서 2㎞ 정도를 뛰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쌍권총을 쏘던 저우룬파에게 반해 사격 선수의 길을 걸은 그는 한국 사격을 세계에 알린 선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석권하며 세계 사격 역사상 최초로 3연패를 달성했다. 2010년 뮌헨, 2014년 그라나다, 2018년 창원 등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로 양궁의 김수녕 선수와 더불어 역대 한국인 올림픽 최다 메달을 기록했지만 대회 출전은 여전히 긴장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국체전에서 50m 권총과 10m 권총 종목에 출전한다.
"전국체전도 저에게는 올림픽만큼 긴장되는 경기예요. 좋은 결과를 얻고 싶어 자기 점검을 끊임없이 합니다. 기술적인 부분을 체크하고 꾸준히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가령 총을 정지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10점을 연이어 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체크합니다. 무거운 총을 들고 하루 몇 백 발씩 쏘고 나면 근육통이 생길 정도예요. 24년간 선수생활을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몸 관리는 철저히 해야겠다 싶었어요. 특히 눈(시력)과 손(수전증) 관리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진 선수는 훈련, 각종 대회 출전 외에도 틈틈이 시간을 쪼개 재능나눔페스티벌 등 봉사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선전으로 국민 사이에서 비인기 종목이었던 사격이 주목을 받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서다. 진 선수는 "과분하게도 사격 하면 진종오를 떠올릴 정도로 국민 여러분의 큰 사랑을 받았다"며 "저 말고도 많은 뛰어난 선수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많이 거두고 있는데 이들의 활약이 더 알려진다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은퇴와 더불어 진로에 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진 선수는 마지막으로 사격 종목에 대한 국민의 꾸준한 관심도 당부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격 선수들을 응원해 주신다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저도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할게요. 무엇보다 사격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거든요(웃음)."
[이영욱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