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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여행] 철길 위의 호텔 '해랑',방방곡곡 추억 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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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호텔식 관광전용 열차 '해랑' 체험기

2008년 中 베이징 올림픽 위해 만들어져

스위트룸부터 스탠더드룸에 카페까지 갖춰

여행내내 온수 나와 욕실 걱정도 없어

정차역마다 볼거리, 먹거리 가득해

이데일리

국내 최초의 호텔식 관광전용 열차 ‘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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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랑=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유럽·동남아의 ‘오리엔트 특급’, 남아공의 ‘블루 트레인’, 일본의 ‘카시오페아’…. ‘달리는 럭셔리(호화) 호텔’로 불리는 특급 관광 열차들이다. 철도와 크루즈(유람선)의 장점을 접목한, 호텔식 관광전용 열차가 국내에도 있다. 바로 ‘해랑’이다. ‘해와 함께’라는 뜻의 해랑은 객실마다 침대, 샤워실 겸 화장실, 소파, 텔레비전 등 편의시설을 갖춘 관광열차다. 여러모로 남아공의 ‘블루트레인’과 닮았다. 일단 외관 색깔부터 코발트블루색이다. 블루트레인 노선은 남아공의 프리토리아~케이프타운. 편도 1박 2일(25시간) 일정에는 다이아몬드 광산인 킴벌리 등지의 연계투어도 들어었다. 해랑은 블루트레인보다 일정과 코스가 더 다양하다. 2박3일(주중)과 1박2일(주중)에 이따금 3박4일짜리도 있다. 코스도 계절에 따라 달라 선택폭이 넓다. 식사도 더 좋다. 통상 레일크루즈는 차내에서 식사하지만 해랑은 전 일정 모든 식사와 연계관광지의 맛집에서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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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호텔식 관광전용 열차인 ‘해랑’. 해랑의 앰블럼은 최고급을 상징하는 ‘봉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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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달릴 기차, 관광열차로 거듭나다

해랑은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관광열차 중 하나다. 해랑의 엠블럼은 최고급을 상징하는 ‘봉황’이다. 국내 관광열차 중 유일하게 기차 내 숙박이 가능하다. 2008년 11월부터 운행을 시작했고, 올해 6월까지 3만 8730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관광열차 해랑 탄생에는 숨겨진 비화가 있다. 원래 해랑의 첫 행선지는 중국이었다. 2008년 여름, 중국 베이징 하계올림픽에 남북공동응원단을 태우고 남북연계 경의선을 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동응원단도, 베이징행도 무산됐다. 대신 그해 11월 ‘레일크루즈 해랑’이라는 럭셔리 관광열차로 바꿔 운행을 시작했다. 해랑이 인기를 끌자 일본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았다. 일본 규슈 7개현을 두루 도는 일본 최고의 관광열차 ‘니나쓰보시 인 규슈’(2013년 운행개시)가 바로 해랑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개발한 열차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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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호텔식 관광전용 열차 ‘해랑’의 객실칸. 총 객실타입은 네 개다. 스위트와 딜럭스룸은 2인실, 패밀리와 스탠더드 룸은 각각 3,4인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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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랑의 객차는 총 8량. 객실은 4호(레스토랑과 카페)와 5호차(이벤트 칸)를 제외한 6량이다. 객실타입은 네 개. 스위트와 딜럭스 룸은 2인실, 패밀리와 스탠더드 룸은 각각 3, 4인실(2층 침대)이다. 해랑은 1·2호 두 기가 있다. 1호기(정원 54명)는 주 2회 정기운행하고 있고, 스탠더드 룸도 있는 2호기(72명)는 단체행사나 성수기에만 부정기적으로 운행한다.

카페와 레스토랑 칸인 ‘선라이즈’와 이벤트 공간 ‘포시즌’은 해랑 열차의 거실 같은 곳이다. 양옆으로 객실칸을 두고 중앙의 2량을 차지하고 있다. 선라이즈에서는 승객을 위한 각종 요깃거리와 음료를 배치해 두고 있다. 와이파이와 과일, 스낵(빵 과자) 음료(와인, 맥주 등)를 무제한 제공한다. 정차역이 있는 지역 특산물도 시시각각 바에 올라오고, 갓 손질한 과일도 맛볼 수 있다. 자정(12시)까지 항상 문을 열어 놓고 있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포시즌은 이벤트 공간이다. 승객이 지루할 틈이 없도록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라이브 음악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승객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퀴즈게임도 진행한다. 여기에 해랑 승무원의 깜짝 공연까지 있다. 발마사지기와 안마기까지 갖추고 있어 여행 피로가 쌓일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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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호텔식 관광전용 열차 ‘해랑’은 카페와 레스토랑 칸인 ‘선라이즈’와 이벤트 공간 ‘포시즌’에서 와인과 음료 등 다양한 음식들을 무제한으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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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 위의 호텔, ‘낭만’을 싣고 달리다

해랑이 특별한 것은 기찻길이 닿는 어디든지 여행지라는 점이다. 해랑 상시 운영 코스는 3가지다. 서울~서천~군산~부산~정동진~동해~태백~서울의 전국일주 2박 3일 코스와 서울~단양~경주~울산~서울의 동부권 1박 2일, 서울~장성~정읍~서천~군산의 서부권 1박 2일 코스가 있다.

이번 여행은 1박 2일의 서부권 약식 코스. 서울을 떠난 지 4시간여, 기차가 군산역에 도착하니 점심 무렵이다. 군산근대문화역사관, 초원사진관, 군산근대문화시티투어, 임피역 등 근대 역사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을 둘러보고, 곧장 익산을 거쳐 여수로 이동했다. 이어 국내 최남단 기차역인 여수엑스포역에서 디젤 기관차가 앞에서 둘이 위치를 바꾸는 작업이 이어진다. 여수 밤바다를 수놓은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고 다시 기차에 오르면 열차는 장항역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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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근대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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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좁은 땅인 우리나라에서 기차에서 밤을 보내는 일은 낯선 일이다. 예민한 여행객이라면 기차의 흔들림과 소음은 적응하기 쉽지 않다. 객실도 다소 좁은 느낌이다. 기차가 확보할 수 있는 공간적 한계가 명확해서다. 특급호텔을 연상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 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방은 불편하지 않았다. 특히 널찍한 창과 거울이 있어 답답하지 않았다. 창밖으로 천천히 흘러가는 풍경은 어느 특급호텔도 갖추지 못한 해랑의 특별함이다.

사실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욕실이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욕실과 화장실은 생각보다 넓었다. 또 여행 일정 내내 따뜻한 물을 시원하게 틀어놓고 샤워를 즐길 수 있었다. 또 손잡이가 욕실 곳곳에 있어 기차의 덜컹거림에도 다칠 염려도 없었다. 수건과 일회용 비품도 살뜰하게 채워 넣었다. 또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객실 안에 있는 전화로 24시간 언제든지 승무원에게 연락할 수 있다.

저녁에 여수에서 출발한 해랑이 밤새워 달려 새벽에 도착한 곳은 서천의 장항역. 인근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장항 스카이워크와 국립생태원 등을 관람하고, 드넓은 갯벌이 내려다보이는 횟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장항역에서 다시 열차에 오르면 해랑은 서울역을 향해 달린다. 돌아가는 시간에 해랑 승무원들의 이벤트가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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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경암동 기찻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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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코레일관광개발은 레일크루즈 해랑으로 즐기는 가을 테마 여행 ‘추추(秋秋)폭폭 힐링 기차여행’을 출시했다. 가을단풍과 힐링테마 두 가지 코스다. 가을단풍 코스는 단풍이 아름다운 단양, 안동, 대구, 청도, 순천을 둘러보는 2박3일 일정이다. 서울역서 오전에 출발해 단양 만천하스카이워크를 산책하고 안동에서 전통주 체험을 한다. 둘째 날은 대구 동화사의 가을 풍경과 청도 감 와인을 감상한다. 마지막 날은 순천만 습지의 갈대밭 산책과 한방체험을 한다. 10월 22일, 11월 5일, 11월 12일 3회 운행한다.

힐링테마 코스는 순천, 대구, 경주, 정동진, 평창을 방문하는 2박3일 일정이다. 서울역에서 오전에 출발해 순천만 습지에서 한방족욕, 향낭주머니 만들기 등을 체험한다. 이튿날 대구 동화사, 경주에서 역사탐방과 뮤지컬 공연을 관람한다. 마지막 날은 정동진 해돋이와 레일바이크, 오대산 월정사를 방문한다. 10월 29일 단 1회만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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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바다 위를 가르는 여수 해상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여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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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랑 승무원들은 여행 내내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으로 승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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