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CJ헬로 알뜰폰 인수 노려…순수한 의도 아냐”
24일 서울 중구 S타워에서 열린 LG유플러스 알뜰폰 상생방안 설명회에서 박준동 LG유플러스 신채널영업그룹장(상무)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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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폰’, ‘어르신폰’ 인식에 갇혀있던 알뜰폰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LG유플러스가 나섰다. 알뜰폰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스마트폰 및 요금제 다양성 부재, 부실한 멤버십 혜택 등을 개선하기 위해 LG유플러스가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LG유플러스는 고가의 프리미엄 5G 요금제 판매에 주력하고 LTE 점유율은 알뜰폰 시장을 끌어안으면서 규모를 키우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24일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사업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U+MVNO(알뜰폰) 파트너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알뜰폰 업체들은 이동통신 3사의 망을 임대해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는데, 이번 프로그램은 LG유플러스 망을 빌려 쓰고 있는 12개 사업자들이 대상이다. 이 업체들의 가입자 규모와 수익이 늘어나면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시장 점유율과 망을 빌려주고 얻는 수익이 커지게 된다.
U+MVNO 파트너스는 △영업활동(휴대폰ㆍ요금제ㆍ판로 등 확대) △인프라(전산 시스템 등 구축) △공동 마케팅(홍보 및 마케팅 강화) 등 3개 지원 내용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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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한 알뜰폰 업체들은 팔고 싶은 휴대폰이 있어도 구매 규모가 몇 백대 수준에 그쳐 삼성, LG 등의 인기 제품을 들여오기 어렵다. LG유플러스는 중소 사업자들의 수요를 모아 한꺼번에 공동 구매를 해 수급을 도울 계획이다. 5G 상용화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긴 LTE 주파수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알뜰폰 LTE 요금제가 나올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게 LG유플러스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소비자가 직접 20분 내 개통할 수 있는 알뜰폰용 온라인 전산 시스템과 U+MVNO 전용 홈페이지 구축, LG유플러스 매장에서 알뜰폰 판매 지원, 멤버십 할인 제휴처 확대 등 계획도 내놨다.
이날 LG유플러스는 알뜰폰 5G 요금제 출시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부분 알뜰폰 업체들은 5G 서비스를 제공할 여력이 없다. 5G폰이 워낙 고가인데다, 5G망을 임대하는 비용도 비싸 이통 3사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기 힘들다. 내달 알뜰폰 요금제를 내놓는 KB국민은행과 같이 자금이 충분한 대기업이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김시영 LG유플러스 MVNO담당은 “5G망을 열어준다고 해서 비용을 감내할 알뜰폰 업체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지원책의 초점은 알뜰폰 LTE 가입자 확대에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준동 LG유플러스 신채널영업그룹장(상무)은 “앞으로 이통사는 5G 프리미엄 서비스 쪽으로 갈 것이고, LG유플러스 망을 임대하는 알뜰폰 사업자는 LTE 망에 주력하며 수익이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로 통신 업계에선 긴장감이 돌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중소형 알뜰폰과의 상생이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쟁사들은 정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CJ헬로의 알뜰폰 가입자를 자사로 끌어들이려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CJ헬로는 알뜰폰 시장 1위 사업자다. 인수 조건에 CJ헬로 알뜰폰 사업 매각 포함 여부가 뜨거운 논쟁거리였는데, 이번 상생안으로 안정적으로 알뜰폰 사업까지 품으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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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측은 “알뜰폰 시장에서 LG유플러스 망 사용 비중(12.3%)에서 LG유플러스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제외하면 5%에 불과해 상생안 영향은 미미하다”며 “CJ헬로까지 자회사로 인수하면 기존 CJ헬로 가입자를 LG유플러스 망으로 전환시켜 시장을 왜곡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CJ헬로를 인수하면 LG유플러스 알뜰폰 가입자 중 자회사 비중이 71.5%까지 높아진다”며 “결국 알뜰폰 중소 12개 업체는 정부 심사를 앞둔 LG유플러스가 전략적으로 동원한 들러리일 뿐”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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