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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세상에 단 하나뿐인 흥미로운 디자인의 '서울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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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아마추어 서울' 전시회

5팀의 아티스트가 조명한 '서울의 풍경'

중앙일보

'서울의 의자'를 전시하는 소동호 작가가 19일 DDP 갤러리 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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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에선 ‘아마추어 서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신진 전시기획자와 디자이너를 발굴하기 위해 2015년부터 진행해온 ‘DDP 오픈큐레이팅’ 전시 중 하나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팀은 2009년부터 서울 곳곳의 이야기를 기록해온 프로젝트 그룹 ‘아마추어 서울’. 이들은 ‘서울의○○’을 주제로 네 팀의 아티스트와 함께 전시를 구성했다. 서울의 이야기, 서울의 나무, 서울의 집, 서울의 탁구대, 그리고 서울의 의자 등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평소 주목하지 않았던 대상들을 조명함으로써 ‘서울’에 대한 인식과 시각을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게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

이걸로 의자를 만든다고?
중앙일보

'서울의 의자'를 전시하는 소동호 작가는 '의자를 둘러싼 의외의 자료들'이란 부제와 함께 다양한 재료들을 전시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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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띈 건 가구 디자이너 소동호(37) 작가의 ‘서울의 의자’ 부스였다. 골판지, 수건, 케이블타이, 녹색 끈, 청 테이프, 페트병, 신문지, 합판, 비닐봉지, 쇠사슬…. 일반적으로 아는 ‘의자’ 형태라곤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파랑 플라스틱 의자뿐. 전시장 어디에서도 가구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았다고 생각되는 그럴듯한 의자는 보이지 않는다. 문제의 물품들 뒤로 ‘의자를 둘러싼 의외의 자료들’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소동호 작가는 10여 년 전부터 서울 구석구석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사라지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보고 기록해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포에서 나고 자랐는데 친구들이랑 뛰어놀던 어린 시절 골목길은 가난했지만 정겨운 모습이었어요. 한동안 우린 난잡한 간판이 우후죽순 늘어서고, 구불구불 굽은 골목길을 가난한 개발도상국의 단면이라 생각해 뒤로 감추고 바꿔버리려 했죠. 전 그게 싫었어요. 이 풍경들은 창피한 게 아니고, 우리가 살아가고 또 기억해야 할 서울의 진짜 모습이니까요.”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닐 때 가장 눈에 띈 것이 길거리에 놓인 의자들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에도 의자에 가장 관심이 많아 디자인 작업도 대부분 의자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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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호 작가가 서울 구석구석을 돌며 사진으로 기록한 '서울 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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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호 작가가 서울 구석구석을 돌며 사진으로 기록한 '서울 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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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호 작가가 서울 구석구석을 돌며 사진으로 기록한 '서울 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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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호 작가가 서울 구석구석을 돌며 사진으로 기록한 '서울 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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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디자이너라면 절대 사용하지 않을 재료들(전시장에 늘어놓은 그 문제의 제품들)을 사용하는데 그 조합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서 흥미롭더라고요.”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서울의 의자’를 주제로 구체적인 사진 기록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사진 속 의자들은 하나같이 상처투성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거리에 놓인 의자들 대부분은 원래 거리용 의자로 제작된 벤치 외엔 모두 실내용으로 제작됐다. 망가지고 부서지고 낡아서 원래의 실용성과 디자인을 잃은 채 거리로 내쫓기고, 평범한 누군가에 의해 전혀 의외의 재료들로 수선되면서 재탄생된 의자들이다. 때문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을 가졌다. 원래의 생김이 어떤 것이었는지 아예 알아볼 수 없는 형태도 많다. 처음의 효용 가치는 의자였겠지만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주차 금지 표지판이나 방향 가리킴 표지판으로 다시 태어난 것들이다. 기름통이나 박스였지만 전혀 의외의 재료들과 만나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의 실용성을 얻은 것들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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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호 작가가 서울 구석구석을 돌며 사진으로 기록한 '서울 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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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호 작가가 서울 구석구석을 돌며 사진으로 기록한 '서울 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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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호 작가가 서울 구석구석을 돌며 사진으로 기록한 '서울 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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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호 작가가 서울 구석구석을 돌며 사진으로 기록한 '서울 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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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호 작가는 가장 기억나는 의자로 ‘네모난 식용유 깡통’ 의자를 이야기했다.

“통 위에 푹신한 발포지를 얹고 테이프를 두른 모양인데, 이런 형태의 의자들은 주로 주차 일을 하시는 분들이 사용하더라고요. 어디 앉을 데도 없고, 의자를 갖고 다닐 형편은 안 되고. 그러니까 이런 의자를 만든 건데 그 이유가 놀라워요. 보통의 의자는 다리 높이가 45cm 정도인데, 이 기름통 의자는 그보다 훨씬 낮아요. 그래서 길거리 벤치 밑에 보관할 수 있죠. 볼품은 없어도 영리하고 실용적인 의자 디자인인 거죠. 사용자의 필요에 의해 형태를 갖게 되는 게 디자인의 기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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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호 작가가 서울 구석구석을 돌며 사진으로 기록한 '서울 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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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호 작가가 서울 구석구석을 돌며 사진으로 기록한 '서울 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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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호 작가는 소재나 기법을 연구해 가구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손끝에선 종이도 가구가 된다. 평면인 한지를 접어서 입체적인 모양의 전등갓과 오브제 등을 만든 ‘오리가미 시리즈’다. 전통 공예 기법을 알고 싶어 국가무형문화재 소병진 소목장에게 사사 받기도 했다. 지금은 쓰지 않는 전통 기법을 현대 가구 디자인에 접목하기 위해서다. 오래 전 선조들이 연하고 무른 오동나무를 단단히 만들기 위해 불로 표면을 지져서 사용했던 ‘낙동’ 기법을 익혀 현대 가구를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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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호 작가가 서울 거리에서 찾아낸 각양각색의 의자들을 사진으로 기록해 제작한 포스터.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마스터 의자 셀렉션을 오마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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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판을 구부려 가구를 만드는 일도 처음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방법이었죠. 새로운 소재와 기법으로 무엇까지 가능한지, 가구의 기능을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지 연구 중입니다.”

그래서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이 더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소동호 작가는 이렇게 자신이 발견한 수백 개의 서울 거리의 의자들 중 100여 개의 사진을 모아 커다란 포스터를 만들었다. 이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의자 컬렉션에 대한 오마주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스터들의 의자와 무명 길거리 의자 사이의 간극을 꼬집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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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서울'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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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마추어 서울’ 전시장에선 여러 작가들의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함께 진행 중이다. 본 전시의 기획자이기도 한 ‘아마추어 서울’ 팀은 10년간 서울 북촌 일대 원서동·재동 등의 지도를 발간하며 현재까지 기록해온 서울에 관한 이야기를 99개의 키워드와 이미지 콜라주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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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서울'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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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지도 기반으로 서울의 나무를 공유하고 가상의 숲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전시영 작가의 작업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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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서울'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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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익 디자이너의 ‘테이블 테니스 테이블’은 탁구 애호가들의 손에 의해 자유롭게 재창조된 여러 형태의 ‘서울 탁구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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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서울'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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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지·홍지선으로 구성된 ‘pH(피에이치)’ 팀은 서울에 산다는 것에 대한 질문과 고민의 과정을 반복하며 작업했던 결과물을 그림과 글로 재구성했다.

전시는 10월 6일까지 계속 된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변선구, 서울디자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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