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 제작 당시 봉준호감독과 배우 송강호(왼쪽). 오른쪽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일간스포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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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경찰이 특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을 만든 봉준호 감독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봉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인 '살인의 추억'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일어난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연극 '날 보러 와요'(김광린 작)가 원작이다.
작품의 연출·각본을 맡은 봉 감독은 2003년 개봉 당시 감독·배우와 관객과의 대화 GV(Guest Visit)행사 인터뷰에서 자신이 시나리오를 준비하며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범인의 성격을 추리했다.
그는 "영화를 준비하며 1년 동안 조사를 많이 했다. 사건 관련 형사, 현장 취재기자, 화성 주민분들도 만났다. 하지만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범인"이라며 영화 준비 과정을 소개했다.
"범인을 만나는 상상을 많이 했다.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이 뭘까 고민하고, 질문 리스트도 만들어 들고 다닌다"라며 "6개월에서 1년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조사를 많이 하다 보니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상상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행사를 연 이유도 범인이 이 자리에 오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는 그 사람 성격과 캐릭터 잘 알고 있다"며 "오랫동안 생각했었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범인은 과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자신의 행동이 매체에 드러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고 추정했다.
봉 감독은 범인의 범행에 대해 "과시적인 행동이다. 이유가 없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신문과 TV를 통해 나오길 바라고 그 내용을 스스로 확인하길 원한다"고 분석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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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범인의 혈액형은 B형, 1986년 1차 사건으로 봤을 때 범행 당시 1971년 이전 생일 것으로 보인다. 분명히 매체에서 자신의 행동이 다뤄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범행 10년 만에 열린 이 행사에 왔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범인의 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영화 마지막 장면을 찍었다고 했다. 영화는 주인공 박두만(송강호) 형사가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며 끝난다.
봉 감독은 "라스트 씬도 범인이 이 행사에 올 것이라 예상하고 형사와 범인이 눈을 마주치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은 미제 사건을 다룬 까닭에 범인을 특정하지 않고 열린 결말로 끝났다. 하지만 사건 발생 33년, 영화 개봉 16년 만에 용의자가 특정되며 영화가 '닫힌 결말'이 될지 주목된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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