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0 (금)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오성홍기 vs 우산… 홍콩서 친중-반중 첫 충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양측 시위대 수백명 맞서 25명 다쳐

“경찰이 반중 시위대만 체포”… 반중 시위대 집회신청도 불허

도심 곳곳에 모여 경찰과 대치… 조슈아 웡, 美 도착해 개입 촉구

동아일보

홍콩은 시위대 격돌로 혼돈의 주말 14일 홍콩 카오룽베이의 아모이 플라자 인근에서 친중 시위대와 반중 시위대가 충돌하고 있다. 이날 충돌로 2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홍콩 경찰은 친중 시위대는 체포하지 않고 반중 시위대 약 20명만 체포해 논란을 낳았다. 홍콩=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홍콩의 반중(反中) 반정부 시위가 15주째에 접어든 주말인 15일 경찰의 시위 불허에도 불구하고 시위대 수만 명이 도심으로 쏟아져 나와 경찰과 충돌했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시위의 도화선이 된 범죄인 인도법 철회를 4일 공식 발표한 뒤 처음 열린 대규모 시위다.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5가지 요구 가운데 첫 번째 요구인 법안 철회를 수용했으나 젊은층이 주축이 된 시위대의 분노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홍콩 경찰은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온 민간인권진선(陣線)의 15일 시위를 불허해 공식적인 시위는 취소됐지만 시위대들은 홍콩 정부청사와 입법회(국회) 등 도심 곳곳에 모였다. 홍콩 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와 완차이 등 지하철역 및 도로를 점거하고 지하철역의 폐쇄회로(CC)TV 등 설비를 부쉈다. 최근 진압 강도를 크게 높인 홍콩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와 최루탄을 발사했다. 정부청사 내 물대포 차량에 불이 붙기도 했다. 이날 밤 시위 현장 곳곳에서 시위대와 흰색 옷을 입은 친중파 간 충돌이 발생해 시위대에 구타당한 후 병원으로 이송된 49세 남성이 한때 위독한 상태에 빠졌다. 시위대는 완차이 지하철역 입구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시위대는 번화가인 완차이 도로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우는 등 반중 감정을 드러냈다. 반면 미국 성조기와 영국 국기를 흔들며 미국과 영국에 지지를 호소했다. 일부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 홍콩을 해방해 달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20년 재선을 바라는 플래카드를 들기도 했다. 시위대는 “홍콩 상황에 우려를 표시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며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7개국(G7)과 그 외 16개국의 국기를 들고 나왔다. 그중엔 태극기도 있었다. 홍콩 시위를 지지해온 한국 배우 김의성 씨도 하얀색 헬멧을 쓴 채 시위 현장에서 매체들과 인터뷰했다.

동아일보

中 베이징은 열병식 준비 한창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미사일을 실은 군용 차량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10월 1일 중국 정부 수립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베이징 중심 톈안먼 광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열병식이 예정된 가운데 톈안먼 광장은 14, 15일 이틀간 열병식 예행연습을 위해 폐쇄됐다. 베이징=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14일에는 처음으로 친중(親中)-반중 시위대가 직접 충돌해 부상자가 발생했다. 15일 홍콩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홍콩 카오룽베이 쇼핑몰에서 오성홍기를 흔들고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부르는 친중 시위대 수백 명이 등장했다. 이에 반중 시위대가 시위 주제가인 ‘홍콩에 영광을’을 부르면서 맞서다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친중 시위대는 오성홍기 깃대를, 반중 시위대는 홍콩 민주화 시위의 상징인 우산으로 서로를 공격하면서 25명이 다쳤다. 중·장년층이 대부분인 친중 시위대는 남색 옷을 많이 입었고 젊은층이 주류인 반중 시위대는 대부분 검은 옷을 입었다.

홍콩 매체들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친중 시위대는 체포하지 않고 반중 시위대 젊은이 약 20명만 체포해 논란이 됐다. 친중 시위대가 검은 옷의 반중 시위대를 가리키자 경찰이 바로 체포하고, 이에 오성홍기를 든 친중 시위대가 경찰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날 홍콩 도심 곳곳의 ‘레넌 벽’에 반중 반정부 시위대가 붙여 놓은 쪽지를 친중파들이 떼어내는 이른바 ‘청결’ 운동 과정에서도 친중-반중 시위대가 충돌했다. ‘레넌 벽’은 1980년대 체코의 반정부 시위대가 존 레넌의 가사와 구호 등을 적어 붙여 놓은 데서 유래했고 홍콩 반중 시위대도 도심 곳곳에 메시지를 붙여 레넌 벽을 만들었다. 친중파들은 레넌 벽의 메시지를 떼어내는 걸 만류하는 시민들을 쓰러뜨려 오성홍기 깃대로 구타했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의 지도자로 현재 시위에도 앞장서고 있는 조슈아 웡 씨가 독일에 이어 13일 미국에 도착해 “홍콩 시위를 미중 무역협상의 주요 의제로 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 정부의 개입을 호소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