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제소 이어 연이은 강경 대응 조치
대립 심화에 대화 통한 해결 더 어려워져
전문가 "승패 떠나 우리 기업 피해 우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8월12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일본을 한국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 변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오는 19일께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우대국, 이른바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데 이은 두번째 강경 대응 조치다. 한일 경제갈등이 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19일을 전후해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을 강행키로 했다. 우리는 미국, 일본 등 29개국을 전략물자 수출우대국인 ‘가’ 지역으로 분류해 통관 간소화 혜택을 줘 왔는데 이를 ‘가의 1’과 ‘가의 2’ 지역으로 나누고 일본을 신설한 ‘가의 2’ 지역으로 분류해 사실상 강등하는 게 골자다. 산업부는 이미 의견 수렴과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등 모든 외부 절차를 마무리했다.
일본이 지난 8월28일 자국 전략물자 관리제도를 백색·비백색국가에서 A~D그룹으로 세분화하고 우리를 신설한 B그룹으로 강등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일본은 근거 없이 이뤄진 자의적 보복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우리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보복 조치가 아니라고 응수했다.우리 조치는 일본과 달리 일본에 대한 포괄수출허가를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해주고 심사 기간도 15일로 일본의 90일보다 짧다.
부는 앞선 이달 11일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일본이 지난 7월4일 불화수소, 포토리지스트, 폴리이미드 3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한 게 정치적 동기로 우리를 직접 겨냥한 차별적 조치로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제1조 최혜국 대우 등 3건의 국제법 위반했다는 게 제소 이유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분쟁 대응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일 양국의 역대 WTO 분쟁은 우리가 네 번 모두 이겼다. 정부는 이번에도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 갈등 장기화는 불가피하다. WTO 제소는 대법원 격인 상소 결과가 나오기까지 통상 15개월, 길 땐 4년 가까이 걸린다. 우리나라의 WTO 추가 제소나 일본의 맞제소 가능성도 있다. WTO 판결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판결이 곧 갈등 해결을 뜻하지도 않는다.
정부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 이후에도 일본이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대화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WTO 제소 첫 절차인 한일 양자협의도 열릴 예정이다. WTO는 제소후 60일내에 분쟁 당사자국간 협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역시 강경 대응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대화를 통한 빠른 갈등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일본 신임 경제산업상은 지난 1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WTO 위반이라는 (한국의) 지적은 전혀 맞지 않다”며 “일본의 입장을 확실하고 엄숙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여기에 한·미·일 동맹 차원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도 11월23일 연장 없이 종료할 예정이다. 이번 갈등의 출발점인 지난 연말 우리 대법원의 일본 기업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해법을 찾지 못하고 극한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정부는 핵심 소재 등을 국산화하겠다는 대응 방안을 내놨으나 복잡한 국제경제 가치사슬을 고려하면 갈등 장기화 땐 우리 산업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단순히 일본을 이기겠다는 것보다 국내 기업의 우려까지 고려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회의장에 한국 팻말과 일본 팻말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