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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의 과다한 진료비를 규제해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종종 장식하는 문구다. 동물병원 진료비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과다하고 병원마다 진료비 격차가 존재하는 등 동물병원과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상당한 만큼 정부가 나서 동물의료수가제를 도입하거나 진료비 사전고지·공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주장이다. 1인 가구,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딩크족), 고령자 가구 증가 여파로 반려동물 수요가 덩달아 늘어나면서 동물병원 진료비의 적정 수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조5,684억원이던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는 매년 평균 14.5%씩 늘어 2017년 2조3,322억원 규모로까지 성장했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27년에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동물의료수가제는 국내에서 시행됐다가 폐지된 제도다. 199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동물병원 간 자율 가격경쟁과 가격담합 방지를 통해 진료비 하락을 유도하겠다며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수가제를 폐지했다. 하지만 동물병원들이 비용인하 경쟁을 하기보다는 되레 진료비를 올리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들쭉날쭉해 소비자의 편익이 감소했다는 게 반려동물 보호자들과 소비자단체의 입장이다. 반려견 슬개골 탈구 수술비의 경우 낮게는 80만원부터 높게는 300만원까지 최대 4배나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수의사 단체에서는 사람과 동물 간 진료 시스템이 상이한 것을 소비자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일단 개인이 병원 진료비에서 부담하는 돈은 전체 의료비의 30~40% 수준이다. 나머지 의료비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충당한다. 일반 소비자들이 병원에서 지불하는 금액만을 비용으로 인식하고 이를 동물병원 진료비와 비교해 동물병원 진료비가 턱없이 비싸다고 판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대한수의사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해외와 비교해 동물병원 진료비가 높은 편이 아니다”라며 “반려동물 중성화 수술을 하더라도 어떤 주사를 맞을 것인지에 대해 병원마다 프로토콜이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고 표준 진료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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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병원마다 상이한 진료체계를 표준화하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진료항목·진료비를 고지·게시할 수 있도록 동물병원 진료 표준화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동물 진료에 대한 소비자의 알 권리 제고를 위해 수술 등 중대한 진료행위 이전 수의사가 소비자에게 진료비·진료내용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사전고지제’와 개별 동물병원에서 진료비를 공시하는 ‘공시제’ 등 동물병원 표준진료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동물병원 진료 표준화를 위한 연구용역이 올해 5월 말에 시행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에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며 “표준화 진료 코드를 어떻게 부여할 것인지 구체화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를 개별 동물병원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표준 진료체계가 도입되면 국내에서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펫보험 등 소비자들의 진료비를 낮출 수 있는 상품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한 관계자는 “국내 반려동물보험 관련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0억원 수준으로 일본의 0.2% 정도에 불과하다”며 “펫보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동물병원의 진료항목별 코드와 진료행위에 대한 표준화 등 합리적인 진료비 체계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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