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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화려한 유혹이 시작된다. 컴.백.스.테.이.지. 핑!클!
감각적인 댄스! 남자의 변신은 무죄! 네에~ 조! 성! 모!
변신, 감각, 유혹, 열정…절대 평범하지 않은 단어들로 소개되는 가수들.
무대 전체를 덮은 가득한 스모그, 정신없이 비추는 조명에 눈이 부시다 못해 아픈 무대.
화면이 360도 돌아가고, 공중부터 바닥까지 쓸어 담는 카메라 워킹.
지금 보면 촌스럽고 유치하지만, 우리 모두를 열광케 했던 그 시절 ‘TV 음악방송’. 그땐 그 무엇보다도 빛나고 화려했던 가수들과 그 감성을 담았던 무대가 ‘유튜브’로 부활했다. 바로 ‘온라인 탑골공원’의 등장이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방송했던 SBS ‘인기가요’가 유튜브 채널 ‘SBS KPOP CLASSIC’을 통해 다시 한 번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채널 개설 한 달 만에 구독자는 16만 명, 동시 접속자 수는 2만 명을 훌쩍 넘고 있다.
이전 방송된 TV 음악프로그램을 어떠한 편집도 없이 ‘그저’ 틀어만 줄 뿐인데, 반응이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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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추억을 회상하는 세대’로 불리며 경제 활동을 주도했던 세대는 ‘7080세대(70~80년대 대학생활을 하며 20대를 보낸 세대)’였다. 90년대 가수들에게 열광했던 자식뻘인 ‘밀레니얼 세대(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바라보며 “쯧쯧” 혀를 찼던 세대이기도 하다.
당시 핀잔을 받던 밀레니얼 세대가 이제 ‘경제 활동’ 전면에 섰다. 7080세대처럼 요즘 아이돌들에 대한 편견과 무시는 없지만, 과거 ‘오빠’, ‘누나’들에 대한 풋풋한 애정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 ‘유튜브’로 모였다.
과거를 회상하는 세대도 ‘세대교체’를 맞은 지금. 이들이 모인 유튜브 ‘SBS KPOP CLASSIC’ 채널은 “그땐 그랬지”를 외치는 ‘젊은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몰려드는 온라인 공간이라는 뜻으로 ‘온라인 탑골공원’이라고 이름 지어졌다. (이 명칭은 실시간 채팅방에서 올라온 문구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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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탑골공원’에 모인 이들은 너도나도 기억 속 ‘그때’를 소환한다. 정말 누구보다도 멋있고 세련된 오빠들이었는데, 지금은 바닥을 청소하기에 그만인 은빛 힙합바지, 앞이 보일까 싶은 머리 스타일로 등장해 우리의 눈을 의심케 한다. 눈에 하트가 저절로 그려졌던 파워풀했던 안무는 다소 심심하고 엉성해 보이는 건 ‘기억 조작’ 수준.
힙합, 발라드, 록,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와 사이버틱한 패션이 입혀진 혼란의 2000년 초반은 그야말로 ‘가요계 르네상스’였다. 정말 하나같이 평범함을 거부했다. 광고 문구가 아니다. 세기말 감성의 음악과 의상과 춤은 정말 지독히도 평범함이 싫었던 것 같다.
방송국 깊숙이 박혀있던 파격적인 시절의 영상이 눈을 떴다. 최신 플랫폼으로 다시 마주한 충격의 그때 그 모습. ‘온라인 탑골공원’에 모인 사람들은 이렇게 ‘인터넷 추억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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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은 ‘추억’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20년 전의 영상이 ‘유튜브’로 재생되는 이 신박함과 나만 볼 줄 알았던 그 영상에 2만 명 이상 몰려든 어이없음(?)이 저세상 ‘드립’으로 재탄생한다.
과거 가수들의 현재 위치를 가늠하는 ‘탑골제니’, ‘탑골선미’, ‘탑골청하’의 등장부터, 유승준의 무대에는 ‘스티븐유 내한공연’이라는 뼈 때리는 댓글도 이어진다. 발라드 왕자 조성모의 ‘다짐’ 무대가 재생되자 “매실 다 떨어진다”라며 그의 흑역사 매실 광고까지 꺼내온다.
또 당시를 즐겼던 이들답게 영상이 끊기면 “메가패스를 달아야겠어요”라며 그 시절 속도 빠른 인터넷을 소환한다. 참여자들의 드립에 해당 채널 관리자도 합류했다. “탑골공원이 가득찼네요.”라는 인사말은 기본이다.
이쯤 되니 오빠들을 보러 온 건지 담소를 나누기 위해 모여든 건지, 그 의도까지 흐려진다. 오늘도 ‘온라인 탑골공원’은 우리의 감성을 관통하는 ‘드립의 성지’로 우뚝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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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탑골공원’의 인기에 다른 공중파 채널들도 바빠졌다. 너도나도 ‘과거 보물찾기’에 나섰다. KBS는 추석을 맞이해 유튜브 ‘KBS 예능: 깔깔티비’와 ‘KBS COMEDY: 크큭티비’를 통해 과거 레전드 예능 ‘100시간 연속 스트리밍’을 기획했다. ‘공포의 쿵쿵따’, ‘위험한 초대’, ‘달인’으로 구성된 이번 스트리밍은 추석 연휴 내내 역대급 몰아보기 서비스로 ‘온라인 탑골공원’의 아성에 도전한다.
공중파 유튜브 채널들은 이외에도 과거 예능, 드라마, 시트콤, 음악방송 등의 ‘편집 영상’으로 탑골공원 어르신들을 유혹 중이다. 어르신들은 해당 영상이 방송됐던 시대부터 등장인물의 현재 모습까지 아우른 ‘드립’을 여기서도 멈추지 않는다.
당혹스러운 스타들의 과거 모습이지만, 그래도 “멋있다.”, “예쁘다.” 외칠 수 있는 건 “사랑해요 오빠!”라고 외치던 그 시절 내 모습의 그리움이 아닐까.
오빠·누나들의 1위에 눈물을 흘리고, 응원법을 따라 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엄마에게 ‘욕 한 바가지’를 사정없이 때려 맞았던…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때의 내가 눈앞에 그려진 ‘감사함’. 오늘도 ‘온라인 탑골공원’은 또 그렇게 북적인다.
[이투데이/기정아 기자(jjonga1006@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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