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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점수 평가가 '교육 공정성' 아냐…불리한 계층 배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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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자 3명 공동논문…"대입은 대학교육 '기회 분배' 문제"

"시험점수에도 지역·가정 등 영향有…적극적 조치 확대해야"

연합뉴스

"기회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는 죽었다"
지난 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 설치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입시특혜 의혹' 관련 분향소 모습. 고려대 학생들은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숙환(위선과 편법)으로 별세했다고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로 고교 서열화와 대학 입시 공정성 문제를 지목하면서 '공정성'이 교육부에 화두로 던져졌다.

교육부가 대입 제도 개편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대입 제도의 형식적인 공정성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교육적 관점에서 공정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김재웅 서강대 교육학과 교수와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박상완 부산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하는 계간지 '한국교육' 제46호에 실은 '교육적 관점에서 대입전형 공정성의 의미에 대한 논의' 논문에서 "지금까지 대입 제도 논의는 주요 대학 경쟁자만 주목할 뿐, 여러 사정으로 대학 진학을 못 하거나 상위 등급을 위해 성적을 '깔아주는' 학생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대입 공정성 담론이 정치·사회적 관점에 치우쳐 '교육적 관점'의 논의가 충분하지 못했다"면서 대입 전형 공정성은 '모든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 제공되는 교육으로부터 차별·배척당하지 않을 권리'를 고려해 '대학 교육의 기회를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정의로운가' 하는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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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선택 전략 듣는 수험생과 학부모
지난 7월 21일 서울 진선여고 대강당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0대입 수시 대학선택전략 설명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구진은 이와 관련해 고등학교 교사 178명, 입학사정관 62명 등 총 240명에게 설문조사하고 고교 교사 5명, 입학처장 3명, 교수사정관 2명, 교수 2명, 입학사정관 1명 등 총 13명의 전문가를 집단 면담(FGI·Focus Group Interview)했다.

조사 결과 교사와 입학사정관들은 모두 '수능 점수'와 '지원자의 배경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더 공정한 전형이 된다고 답했다.

'지역이나 성별, 학교 유형 등을 구분해 각 범주 안에서 수능 점수를 잣대로 삼는 것이 공정하다', '가정·학교 환경이 불리한 지원자들에게 점수 기준을 낮춰줘야 한다'는 답변이 '수능 점수만 활용해야 한다'는 답변보다 우세했다.

연구진은 조사 결과에 대해 "공정성을 점수 근거의 획일성(공평성)에서 찾는 입장보다 구조적 기회 불평등을 견제하기 위한 역진적 배려에서 찾는 입장이 더 많은 것"이라면서 "'능력'에 따른 배분이 공정의 황금률이 아니며, 교육 기회 배분은 불리한 계층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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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북고 학생들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를 치르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교사와 입학사정관 모두 현행 수능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공정성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수능은 '사교육 영향이 크다'(36.2%), '인성·특기 등 성적 외 특성 고려가 미흡하다'(30.2%), '일회적 시험으로 운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25.4%) 등이 문제로 꼽혔다.

학종은 '학교·교사마다 학생부 기록에 차이가 발생한다'(45.2%), '학생부 기록의 신뢰도 문제'(20.4%), '전형 과정의 불투명성'(17.8%)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수능과 학생부 위주 전형 중 더 공정한 전형에 대해 교사들은 수능 위주 전형(52.9%)을,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부 위주 전형(54.8%)이란 답이 많았다.

다만 교사와 입학사정관 모두 "모든 지원자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방식의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대입 공정성 향상 방안으로는 "대입 제도를 자주 바꾸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입시 위주 교육을 해소해야 한다", "다양한 전형을 활용해야 한다", "불리한 배경의 지원자를 위한 입학정원을 할당해야 한다" 등 의견이 많은 지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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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의 간절한 기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99일 앞뒀던 지난 8월 7일 서울 도선사 대웅전에서 학부모들이 수능시험 합격 기원 100일 기도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구진은 "최근 대입제도 개편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을 보면, 능력을 '수능 위주'로 정의하는 입장과 '학생부 위주'로 정의하는 입장이 대립하는 양상"이라면서 "전자는 능력을 '점수'로 보는 게 정의롭다고 주장하고, 후자는 점수에도 지역·가정 등 귀속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성을 제도의 형식 측면에 치중해 편협하게 인식하면 더 심층적인 불공정을 가릴 뿐이며, 대입제도가 한국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간과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대입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지역균형선발·고른기회전형 등 적극적 조치 확대, 입학사정관 전문성·윤리 강화, 대학 입학전형별 출신고교·지역·사회계층 등 입학생 정보 공개, 학력 간 소득 격차 경감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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