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답답한 증시, 대처 어떻게]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반도체 고정가·中환율 추이가 잣대
지금은 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시대
연 4~5%로 수익률 목표 낮출 필요
주식·채권에 절반씩 분산투자할때
반도체가격 바닥찍고 내년초 반등
고배당주 6개월 보유하면 수익
오현석 삼성증권(016360) 리서치센터장은 “주식 투자는 실적 등 동행 지표에 따라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선행 지표를 보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며 “한국의 경우 삼성전자 등 반도체 경기와 중국 경제 상황이 중요한 만큼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맞은 만큼 투자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이너스 금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만큼 투자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전문가들도 내놓기 어려워한다”며 “목표 수익률은 4~5%로 잡고 다양한 상품에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투자자가 확신을 할 수 있는 자산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최대한 자산을 분산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전 오 센터장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에 대한 투자를 부정적으로 봤다. 금은 사고팔 때만 수익이 생길 뿐 정기적인 ‘일드(yield·수익)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금도 이제는 투자 대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시각을 바꿨다. 채권도 국내외를 나눠 국채와 회사채를 모두 담아야 하고 주식도 국내 주식은 물론 미국과 중국 주식도 일정 정도 섞어서 가는 게 바르다고 조언했다.
오 센터장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현상은 일회성이 아닌 구조적으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한 미국 채권의 이자가 더 높다면 그곳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이 현 수준에서 마무리된다면 국내 주식 시장도 펀더멘털에 큰 훼손 없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 센터장은 앞으로 지켜봐야 할 섹터로 ‘IT 업종’을 꼽았다. 아울러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두고 고 배당주식을 담아둘 시기라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낸드 가격도 돌아섰고 D램 가격도 바닥을 쳐 내년 초 정도면 고정거래가격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배당주는 지금 사서 6개월 정도만 보유하고 있으면 4~5%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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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이 다소 완화되는 모양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나
“미·중 무역분쟁이 마무리될지 갈등을 이어갈지는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대선을 앞둔 미국이 ‘스몰딜 ‘이라도 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바뀐 듯하다. 시장은 물론 빅딜이냐 스몰딜이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스몰딜이라도 나오면 안도 랠리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상황이 봉합되는 정도로, 더는 긴장이 고조되지 않으면 펀더멘털에 미치는 충격도 크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책 카드를 만지작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9월에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 인하를 넘어서 추가적인 양적 완화도 기대되고 지금까지는 국채를 사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회사채까지 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런 정책들이 나오면 유럽에서 어느 정도 글로벌 증시를 방어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연방준비위원회(FOMC)도 금리를 한차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주식 시장에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와 비교해 취약한 듯하다. 한국 증시의 방향성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나라 코스피의 방향은 딱 두 가지다. 하나는 반도체 사이클이고 하나는 차이나(중국) 사이클이다. 그 대용 지표가 무엇인지 이게 중요하다. 수많은 지표 중에 개인적으로 반도체 고정거래가격과 위안화 환율을 보고 방향성을 파악한다. 예컨대 미·중 무역 분쟁의 긴장이 올라가면 위안화는 약세를 보인다. 달러당 7위안이 깨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이 넘었고 코스피는 2,000선이 무너졌다.”
-3·4분기 기업 실적을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나.
“실적은 안 좋을 것으로 본다. 올해 1·4분기가 전년 동기보다 약 30% 줄었다. 2·4분기는 마이너스 40%다. 3·4분기는 전분기보다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여전히 좋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개선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국내 증시는 좌상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금은 시간은 투자자 편이다. 단기적으로 5%, 10%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간에 투자해야 한다.”
-지금은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채권도 좀 담아야 하고 금이나 ETF도 담아야 한다. 애초 개인적으로 금에 투자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금은 갖고 팔았을 때 이익이냐 손실이냐가 판가름난다. 이자 주는 게 없다. 채권은 이자를 받는다. 이자를 나오는 자산을 갖고 있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지금은 이자 나오는 상품이 줄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예전에는 ‘서치 포 일드(수익 찾기)’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헌팅 포 일드(수익 사냥하기)’의 시대라고 표현한다.”
-저금리 시대의 수익률 목표는 어떻게 잡아야 할까?
“지금은 연 4~5%의 수익률이면 감사해야 하는 정도다. 예전에는 7~8%가 목표였고 주식은 10% 이상이었다. 눈높이를 많이 낮춰야 한다. 거시경제나 채권 전문가들도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없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외로 나가야 한다. 일본이 전 세계 1위의 채권국이 된 것도 그 이유다. 우리는 경상수지의 90%가 무역수지인데 일본은 소득수지다. 여기저기 전 세계에 깔아놓은 채권의 이자 수익이 일본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우리도 결국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위험 자산을 투자할 때 해외로 가자고 했는데 이제는 안전 자산도 해외에 분산 투자할 필요가 있다.”
-자산 배분은 어떻게 해야 하나
“분산을 많이 해야 한다. 물론 확신이 있으면 한 곳에 집중해도 된다. 하지만 그런 확신이 있는 시장은 없다. 금리 수준에 따라 자산배분도 달라져야 한다. 주식과 채권은 5대 5 비율로 가야 한다. 주식 중에도 국내와 해외주식을 섞어야 한다. 채권도 마찬가지다. 국채와 회사채도 함께 담아야 하고 해외 주식도 미국,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주식을 섞어서 가는 게 맞다.”
-관심을 가져야 할 섹터가 있나
“지금은 IT 업종을 봐야 한다. 시장은 반도체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낸드플래시 가격은 돌아섰고 D램도 바닥이다. 내년 초 정도면 고정거래가격도 반등할 듯하다. 올라온다고 생각되면 베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바닥 통과 기대감이 테크 업종에 반영될 것이다. 또 절대 저금리 시대에 배당 수익률이 4~5% 나오는 종목이 많다. 9월에 사서 연말을 넘기면 5%의 수익을 주는 상품 별로 없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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