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당국이 금융 로비스트 때문에 결국 변화를 택했다" 비난
"볼커 룰 개정안, 금융시스템 위험 증폭…도덕적 해이 유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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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미국 규제 당국이 금융위기 이후 도입했던 '볼커 룰'을 완화하기로 지난달 결정한 가운데, 이에 분노한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제롬 파월 Fed 의장에게 항의 서한을 보냈다. 볼커 룰은 미 은행들이 고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기자본으로 주식ㆍ파생상품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볼커 전 의장의 제안으로 도입돼 2010년 7월 발효됐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볼커 전 의장의 서한에 따르면 그는 "규제당국이 볼커 룰을 단순화해 핵심 개념을 약화시켰다"며 "로비스트들 때문에 규제당국이 결국 변화를 택했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공개된 볼커 룰 개정안에 대해서는 "금융시스템 위험을 증폭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월가 대형은행들은 볼커 룰을 무력화하기 위해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벌여왔다. 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지났는데도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 때문에 트레이딩 사업이 고사 위기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형 은행들은 60일 이내에 보유한 단기 자산에 대해서는 자기자본 거래가 아니라는 점을 당국에 입증할 필요가 없다. 자본 규모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볼커 전 의장은 "규제가 시장 유동성을 약화시키고, 성장률을 끌어내렸다는 업계의 불만은 신빙성이 없다"며 여전히 호조세를 보이는 은행실적과 경제지표를 근거로 들었다.
개정안은 내년 1월1일 정식 발효된 후 1년의 경과 기간을 거쳐 2021년부터 시행된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통화감독청(OCC)이 개정안을 승인했지만 Fed를 비롯한 3개 기관은 아직 승인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한편 파월 의장은 볼커 전 의장에게 보낸 답신에서 "볼커 룰 아이디어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일부 보도와 달리 최근 개정안도 2013년 개정안과 크게 다르진 않다"고 해명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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