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아프간 놓고 백악관 내부서 폭언 오갔다"
'슈퍼매파' 볼턴 사라지면…대북정책 방향성 '주목'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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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란·베네수엘라 등의 사안에서 '슈퍼 매파' 역할을 자임하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직에 오른지 17개월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볼턴 보좌관의 경질 배경에 대해 "전날 밤 그의 봉사가 더 이상 백악관에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면서 다음 주 그의 후임자를 지명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볼턴 보좌관의 입장은 또 미묘하게 다르다. 경질을 당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만둔 것이라는 입장. 볼턴 보좌관은 전날 밤 사임을 표한 건 자신이라면서 "적절한 시기에 발언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경질 발표에 승복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위터와 언론을 통해 공개된 그의 사직서에는 "나는 즉시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서 사임한다. 나라에 봉사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는 짧고 굵은 내용만 담겼다.
볼턴 보좌관이 1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 사직서 <출처=CNN>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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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3번째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북한과 이란에 대한 강경책을 고집해 왔다. 기본적으로 대화보다는 압박과 제재, 무력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는 성향이라 '전쟁광'(warmonger)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최근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지도부와 만나는 것에 반대했고, 러시아·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강경한 접근법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그동안 워낙 강경한 독자 노선을 고집했던 볼턴 보좌관은 여러 행정부 인사들과 이견을 보이며 여러 차례 경질설을 겪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결국 내보내기로 결심한 데엔 그의 반항이 한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볼턴 보좌관의 결정적인 경질 사유는 지난 10일 백악관 내에서 아프가니스탄 관련 사안을 놓고 폭언이 오갈 만큼 심한 언쟁이 벌어진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탈레반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이들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극구 반대해왔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백악관 내에서 특히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등의 인물과 심한 말싸움을 벌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그동안 볼턴 보좌관과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확실히 볼턴 보좌관과 나는 여러 차례 의견 불일치를 겪었다"면서도 "세계 어느 지도자도 우리 중 하나가 그만둔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구체적으로 바뀐다는 가정을 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미국 정가에서도 예상치 못한 소식에 한 마디씩 의견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겔(뉴욕) 하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이번 경질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완전히 혼란스럽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일화"라고 비판했다.
집권 공화당 소속 상원 외교위 간사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의원은 "나는 존 볼턴의 열렬한 팬"이라면서 "그는 잘 해왔지만 (경질은) 대통령의 결정"이라며 볼턴 보좌관을 두둔했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가 큰 관심사. 전문가들은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노선과 어긋나는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경질 소식을 대체로 반겼지만 향후 불확실성에 우려를 표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갑작스러운 인사 교체가 많아 (이번 경질은) 크게 놀랍지 않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의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가 북미협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 리 우드로윌슨센터장은 트위터에서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을 우려하며 "볼턴 보좌관의 팬은 아니지만 다음 주자가 누가 될지가 우려된다"며 "그저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기만 하는 인물이 지명되는 건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 또한 같은 매체에 "대북 압박을 통해 정권 붕괴를 꾀하는 볼턴 보좌관의 접근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내세우며 외교적 대화를 이어가려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맞지 않다"면서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지지하는 국무부와도 이견이 컸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미국 국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RFA의 이메일 질의에 "볼턴 보좌관과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사안에 대해 어느 것 하나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북한과의 외교 관계에 반대하지 않을 새 보좌관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위터에서 볼턴 보좌관의 유력한 후임으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더글러스 맥그리거 전 미국 육군 대령을 꼽았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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